여당은 ‘MB 꼭두각시’ 인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18 17:46:24
요즘 정치권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불안하기가 그지없다.
특히 ‘밀어붙이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판사판’식으로 모든 걸 힘의 논리로 해결하려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자칫 ‘MB 거수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올 정도다.
보수 대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1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리더십은 문자 그대로 이끄는 것이지,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소통하는 합의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에게는 ‘소통’이니 ‘합의’니 ‘설득’이니 하는 의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그는 리더십을 ‘밀어 붙이기’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요즘 ‘막가파’ 식이다.
우선 과학기술부, 국세청 1급 공무원들의 일괄사표를 제출을 시작으로 고위공직자 물갈이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한마디로 '여권 주류 전면 재배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미 1급 이상 고위공무원 가운데 이명박 정부 정책을 반대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선별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들은 모두 쫓아내고, '질풍노도' 혹은 '전광석화'처럼 MB의 말 한마디에 수족처럼 움직일 인사들로 고위공직자들을 모두 채워 넣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보다 더 큰 문제는 여당마저 이에 제동을 걸기보다는 ‘밀어붙이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가위기 상황에선 집권세력의 정치력이 절실한데 그런 모습은 아예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다.
그저 172석이라는 숫자만 믿고 그저 ‘막가파’ 식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안 통과 이후 모든 현안을 일정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기세고, 여당은 ‘말씀만 하시라’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말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신화적 돌파력에 국민들은 엄청난 존경심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게 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 결정타가 바로 18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여당 단독 국회상정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이날 오후 박진 외통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 1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독상정, 법안심사소위로 넘기고 말았다.
여당의 이런 모습은 ‘각하께서 원하신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겠습니다.
각하 명령만 내리십시오’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는 ‘한미 FTA’의 비준안 처리의 필요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의 비준안 처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바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하다고해도 설득이나 대화, 합의의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이처럼 ‘밀어붙이기’를 강행한다면 국민이 그런 여당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예산안 날치기에 힘입어 이제는 드러내놓고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오만한 행태라고 비난하지 않겠는가.
사실 여당의 역할은 행정부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견제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바람직한 정책에 대해서는 당연히 지원해야겠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를 시도하려 할 때는 이를 말리거나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어쩌면 한나라당은 이미 ‘이명박 꼭두각시’ 정당이 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 사무총장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사당화’ 의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의 과잉충성경쟁이 MB로 하여금 ‘밀어붙이기’를 강행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처럼 ‘이명박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정당이라면 우리 국민들이 끝까지나 인내하면서 지지해 줄 이유가 없지 않는가.
어쩌면 여당의 이렇듯 한심한 모습이 2012년 대통령 선거까지 망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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