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침묵, 비겁하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21 11:12:41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4년 3월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지칭)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자신의 형 노건평을 지칭)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남 전 사장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몇 시간 후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리고 이 충격적 사건은 세인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 가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 화제 거리로 떠올랐다.

남 전 사장의 부인과 자녀, 남동생 등 유족 8명이 지난 1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고소장에서 “남 전 사장이 연임과 관련된 인사청탁을 하거나 그 대가로 돈을 준 사실, 노건평씨를 직접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거나 돈을 준 사실이 없는데도 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남 전 사장을 4차례 거론하며 이를 사실인 양 말함으로써 피해자(남 전 사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오히려 (남 전 사장은) 당시 노씨 및 그의 처남인 민경찬씨 등으로부터 사장연임을 도와주겠다면서 공사수주와 병원공사를 요구받는 등의 청탁에 시달리고 있었고,그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현금 3000만원 준 것을 민씨 측이 노씨에게 줬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족들은 이런 사실이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날인 2004년 3월10일 검찰수사발표에서 대부분 밝혀졌음에도 그 결과를 보고받는 지위에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이 진위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고인을 매도했다는 것.

이어 유족들은 “최근 노씨가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이 일이 다시 언론에 불거져 심적 고통을 받게 됐고, 향후 노씨가 거론될 때마다 그 이름이 불명예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예상돼 노 전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자 않아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향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이른바 ‘노씨 게이트’로 수사선상에 오를 걸 보면 유족들의 주장에 더 신뢰가 갈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애초부터 타고난 성품이 그런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재임 당시에도 ‘입’이 문제였을 만큼 숱한 설화(舌禍)를 일으켰던 사람이었다.

퇴임 이후에도 그는 친노사이트 '민주주의 2.0' 등에 '노공이산'이라는 필명으로 국가적 사안마다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글을 올려왔고 그로 인해 국민 갈등이 고조된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런 사람이 지금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가.

실제 노 전 대통령은 남 전 사장의 유족들이 자신을 고소한 19일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억울하면 ‘억울하다’, 미안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통령이라고 하는 최고 권력에 있는 사람이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도 이는 분명히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은 비겁한 ‘침묵’을 택하기보다는 남 전 사장의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에게 많은 교훈이 되었기를 바란다.

지도자들은 결코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

특히 그것이 현재의 권력이나 미래의 권력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국민은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특히 지도자의 입이 무겁고 신중하지 못하면, 국민갈등을 유발시키기 십상이다.

우리는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지도자로 인해 곳곳에서 갈등을 겪고 있지 않는가.

이러다 ‘노명박’이라는 용어가 ‘입이 가벼운 사람들’이라는 대명사로 사용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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