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선택한 ‘제3의 길’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28 11:10:16

지금은 바야흐로 ‘글로벌(global)’시대다.

이미 세계는 선진 유럽국 사례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국가가 좌.우의 이념대립이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라는 이분적(二分的) 대립구도를 넘어서서 좌우 혹은 진보와 보수가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앤서니 기든스는 이를 ‘제3의 길’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주창한 ‘제 3의 길’의 이론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제3의길’은 사회민주주의라는 구좌파와 뉴라이트라는 신우파 등 좌우 이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념으로, 좌든 우든 어느 한 이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과 화합을 모색하기 위해 낡은 구시대 유물인 ‘이념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자는 운동이다.

이런 면에서 ‘제3의 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닮았다.

물론 기든스와 토니 블레어가 말하는 ‘제3의 길’과 박근혜 전 대표가 추구하는 ‘제3의 길’은 본질적으로는 다르다.

우선 기든스가 말하는 제 3의 길은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중도의 입장이긴 하지만 그 뿌리로 보아 ‘중도 좌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추구하는 제 3의 길은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고 통합한다는 면에서 기든스의 주장과 흡사하지만 그 뿌리가 ‘합리적 우파’라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즉 기든스가 말하는 ‘제3의 길’이란 ‘제1의 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민주의의 실패를 인정하고,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개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을 말한다면, 박근혜의 ‘제 3의길’은 오히려 뉴라이트의 실패를 인정하고, 지나치게 방임했던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설치하며, 기업의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리는 복지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2의길’인 뉴라이트도 실패한 이념이 확실한가.

물론이다.

일명 ‘네오콘’이라고도 불리는 뉴라이트는 지난 1970년대 중반에 사회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었다.

미국에서 아버지 부시대통령 당선이후 융성하게 발전해 아들 부시 취임 초기에는 이미 전 세계로 확산되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뉴라이트 세력이 등장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의 당선으로 국민갈등을 유발했던 뉴라이트는 몰락하고 말았다.

아직 이명박 대통령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뉴라이트 세력이 잠시 기승을 부리고는 있지만, 그 위세는 머지않아 꺾이고 말 것이다.

그럼 뉴라이트가 몰락하면 다시 올드라이트로 복귀할까?

그런 역사의 퇴조는 없다.

따라서 차기 정권은 그가 누구든 ‘제 3의 길’을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을 이미 박근혜 전 대표가 홍사덕 의원의 입을 빌려 선점한 바 있다.

실제 박 전 대표가 그리는 정부는 지난 18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밝혔듯이 ‘화합의 정부’, 즉 ‘국민통합의 정부’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의원은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당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는 ‘화합정부’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박 전 대표가 수용했었다.

홍 의원은 ‘화합의 정부’에 대해 ""남과 북이 화합하고, 호남 영남이 화합하고, 빈부가 화합하고, 가진 자 못가진 자가 화합하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화합하고, 양극화가 화합하고, 갈라진 이념이 화합하여 일심단결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고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갈라진 이념’의 화합, 즉 ‘제3의 길’이 바로 박 전 대표가 그리는 ‘화합의 정부’요 ‘통합의 정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남북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진 자와 못가진자가 서로 화합하는 세상을 그리는 사람들, 지긋지긋한 이념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3의길’로 나와, 그곳에서 서로 어깨동무하고, 허심탄회하게 만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세상은 이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올드라이트’ 이념을 붙잡고 있는 극단적 우파들이나, 아직도 허황된 마르크스의 이론에 매몰된 극단적인 좌파들이나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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