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파는 모두 죽었는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29 11:41:11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이른바 ‘MB(이명박 대통령)악법’을 강행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당내 개혁.소장파라는 의원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 말처럼 “찍히면 죽는다”는 여권의 생존논리가 이들 의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개혁.소장파 의원들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 172명 전원이 공포에 질려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어떤 공포가 그들로 하여금 이렇게 MB악법에 대해 ‘침묵’하도록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실망이다.

그래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묻지 마 투표’ 형태로 한나라당을 열렬히 응원했던 유권자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그들의 발걸음은 지금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민주당 힘내라""는 등의 격려 글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만 믿겠다”거나 “민주주의를 지켜주세요”하는 글은 부지기수이고, “MB악법 반드시 저지해주세요”, “죽을 각오로 싸우세요”하는 격려 글은 물론이고 심지어 “의원직 걸고 투쟁하라”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이 같은 격려 글이 쇄도한 것은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민주주의’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자유게시판에‘이번만큼은 무조건 민주당을 지지해야하는 이유’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민주당을 싫어하든 아니든 이번만큼은 민주당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내가 휴대폰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남이 들어도 상관이 없습니까? ▲박근혜가 이명박 휘하 국정원으로부터 일거수일투족감시당해도 괜찮으신지요? ▲고하승국장이 이명박 정부 비판하는 내용을 썼다고 구속되는 거 그냥 보셔도 괜찮으신지요? ▲자연재해로 피해를 엄청나게 입었습니다. 그런데도 방송언론에서는 이명박 찬양뉴스만 계속 나와도 채널 안 돌릴 자신 있습니까? ▲싸이월드로 혹은 개인홈페이지에서 친구에게 장난삼아 욕했다고 사이버모욕죄로 경찰서 불려나가도 괜찮으신가요? ▲ 내가 쓰면 구속이고 권력자들은 똑같은 짓해도 구속 안 되도 ‘그런가보다’ 하고 참을 자신 있나요? 하고 반문하는 것으로 대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장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현재 MB악법들은 이런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20%대의 유권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같은 네티즌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공안정국’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172석을 거느린 거대 여당이 직접 나서서 이명박 정부의 ‘광란의 질주’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조용하다. 말끝마다 “개혁”을 외치던 개혁.소장파 의원들마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친박(親朴, 친 박근혜) 의원들 역시 침묵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친이(親李, 친 이명박) 측으로부터 “친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공격을 받을까봐서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한나라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민주당에 역전 당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아주 다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소장파들은 오직 ‘충성경쟁’을 통해 2010년 지방선거 경성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보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심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우선 원희룡 의원과 남경필 의원은 언론에 의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차기 한나라당 예상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국회외교통상위원장으로서 한미 FTA 안을 무리하게 상정한 박진 의원도 차기 서울시장 경선 예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침묵이 어쩌면 차기 지방선거 공천과 엿 바꿔 먹는 행위가 아닌지 모르겠다.

개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정당, 나치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끽’ 소리 못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당이라면, 그 당은 미래가 없다.

당내 개혁.소장파가 죽은 정당이라면, 한나라당 역시 회생불가능한 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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