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글쓰기는 독립운동 같은 것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1-12 12:48:35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 모씨에 대해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진짜 가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 ‘readme’이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이젠 인터넷 닉네임에까지 진짜 가짜를 붙여야 하는 불신의 시대가 되었다”며 “(진짜)미네르바인 K는 대한민국 상위층 1%의 0.1% 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진짜)미네르바님은 잘 계시리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12일 정오 현재시각 무려 1762명이 찬성을 한 반면, 반대는 고작 36명에 불과했다.
물론 이와 유사한 형태의 글이 인터넷 곳곳에서 떠돌아다니고 있고, 찬반 의견 역시 이와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이런 네티즌의 글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티즌으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가 가짜 미네르바를 조작해냈다고 믿도록 만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다.
사실 구속된 미네르바(그가 진짜든 가짜든)는 장장 280여건의 글을 올렸다고 하는데, 검찰이 문제 삼은 것은 겨우 한두 가지에 불과한 것 같다.
그것도 전혀 허위사실이 아니라 ‘공문발송이냐’, ‘협조요청’이냐 하는 아주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그를 구속하고 법원에서는 영장까지 발부했으니,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검찰은 그에게 출석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바로 긴급체포했을 뿐만 아니라, 법원도 기다렸다는 듯이 선뜻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었다.
그의 글이 국가신임도를 떨어뜨렸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가신임도를 떨어뜨린 요인을 굳이 따지자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은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과 ‘747’ 사기공약을 만들어 낸 그의 측근 들 아니겠는가.
일개 네티즌의 글이 국가신임도를 좌우할 만큼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그렇게 허약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세계 10위권에 있는 경제 대국이다.
따라서 네티즌 개인의 글이 국가신임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게 구속될 사안 같으면 지금까지 인터넷에 글을 올린 많은 사람들이 다 처벌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며 “미네르바 구속은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인터넷에 글을 올린 많은 사람들이 다 처벌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는 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즉 280여건의 글 가운데 한두 가지 잘못된 사실로 인해 네티즌을 구속할 수 있다면, 이른바 ‘논객’이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칼날을 피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 과정의 훈련을 받은 언론인들은 ‘팩트’와 ‘팩트일지도 모르는 사실’에 대한 미미한 차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잘 알지만, 일반 논객들은 그런 차이를 간과하고 글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그들 대부분이 미네르바처럼 구속될 수도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우선 당장 각 언론사의 자유게시판에 게재된 네티즌 글들 중에서 이런 문제점을 억지로 찾아내려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노림수가 이것인지도 모른다.
“감히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그래 많이 올려라. 그러나 어쩌다 한 두건이라도 잘못된 글을 올리기만 해봐라. 당장 구속이다.”
이에 따라 심리적으로 위축된 네티즌으로 하여금 정부 정책에 대해 감히 비판 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에서 미네르바 구속이라는 무리수를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네티즌의 글쓰기는 마치 독립운동과도 같다. 억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욱 ‘활활’ 타오르는 것이 네티즌의 애국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네르바의 무리한 구속이 네티즌을 더욱 자극시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중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지도 모른다. 이는 민중에 대한 일제의 수탈이 거세질수록 독립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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