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신당, 언제 나올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1-14 15:55:07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참 재미 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정치부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들 가운데는,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미처 기사화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정보들도 많다.
한마디로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 취재과정에서 본인들이 “결코 그런 일 없다”고 오리발 내밀면 그만이다.
그런 정보들 가운데 필자의 눈길을 가장 끌어당기는 게 바로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이다.
이미 두 달 전에 팀을 꾸렸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공석이 된 그 자리, 즉 문광부 장관 자리는 이재오 전 의원이 차고앉을 것이라는 정보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둘 다 미확인 정보다.
하지만 필자는 일단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유 장관은 MB 핵심 측근으로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못지않게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무리하게 유 장관을 서울시 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MB가 유 장관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유 장관 주변 사람들은 그가 MB 신임을 바탕으로 본선 경쟁력 있는 현역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치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다.
실제 한나라당 모 관계자는 “서울지역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친이(親李)다. 그들은 당내 경선에서 MB의 뜻을 거역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유 장관이 경선에 나설 경우 승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역대 지방선거에 보듯이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자치단체 후보가 ‘어떤 인물이냐’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2010년 서울지역 지방선거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서울시장 후보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즉 서울시장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있으면 25개 구청장 선거는 물론 서울시의원 및 각 구 의원 선거에서도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들, 구청장 출마예정자 및 시의원. 구의원 출마예정자들이 경선에 참여한다.
그러면 그들이 누구를 후보로 선택할까?
본선에서 떨어질지도 모르는 사람을 단지, 청와대나 국회의원이 지지하라고 해서 그를 지지하게 될까?
어림도 없다.
가뜩이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상실로 2010년 지방선거가 불안해지고 있는 마당에 그런 후보를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후보, 즉 본선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유 장관의 원대한 포부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암초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설사 운 좋게 경선을 통과했다고 해도 과연 본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 지지율은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만 때문일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의 지지율이 뒤바뀔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그의 측근들을 겨냥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유인촌 장관이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덩달아 구청장 후보들과 시.구의원 후보들도 그를 따라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 이후 당내에서 ‘MB 탈당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20011년 총선에 출마해야할 국회의원들이 불안을 느낄 것이고, 그들이 MB에게 노골적으로 탈당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 뜻이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MB 신당이 창당될 지도 모른다.
특히 지방선거 이전에 조기전당대회론이 탄력을 얻고, 그 때 이재오 전 의원이 당권 후보로 나설 경우 MB 신당은 보다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그나저나 유 장관이 장관직을 내던지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다, 백수가 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덕분에 이재오 전 의원만 장관직을 한자리 차지하게 되나?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