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안정국과 인터넷 저항운동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1-16 15:15:06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이 점차 웃기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코미디가 너무나 섬뜩해 함부로 웃을 수조차 없다. 혹시 큰 소리로 웃었다가 ‘각하 모욕죄’로 잡혀 갈까봐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떼법지수'라는 희한한 것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대검찰청 공안부(박한철 부장)는 지난 15일 올해의 공안 운영방침을 발표하면서 `떼법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떼법’이란 말은 법을 무시하고 집단이나 개인이 `생떼'를 쓰는 행태를 표현한 신조어로 공식적인 용어는 `법질서 확립지수'로 불리게 된다.
즉 앞으로 검찰이 사용하게 될 ‘법질서 확립지수’라는 게 ‘떼법지수’라는 뜻이다.
그러면 검찰은 어떤 방식으로 ‘떼법지수’라는 것을 계량하게 될까?
이게 완전 코미디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그 기준은 대략 외부, 내부, 사회 지수 등 3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외부지수에는 불법 시위ㆍ파업건수, 참가인원, 근로손실일수 외에 시위에 동원된 쇠 파이프와 각목ㆍ돌멩이 개수 등이 포함될 수 있고, 내부지수에는 검찰의 구형량과 기소유예율이, 사회지수에는 법질서에 대한 국민인식 수준 등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게 왜 웃기는 일인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시위나 파업 회수 및 참가인원을 기준으로 ‘지수’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기도 하거니와 그걸 굳이 ‘지수’로 만들어 발표하겠다는 검찰의 발상이 배꼽을 쥐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시위와 파업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 정부가 정책을 잘못 이끌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떼법지수’가 아니라 ‘MB 무능지수’라고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런 희한한 발상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코미디언 대신 저희 검찰이 웃겨드리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신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검찰의 웃기는 발상에도 불구, 웃음보다는 공포가 밀려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 네티즌이 이를 두고 ‘연산군 지수’라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실제 포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서 맹렬하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던 논객들이 자신도 미네르바처럼 긴급체포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하나 둘 ‘아고라’를 떠나고 있다.
물론 자유게시판에도 “더 이상 끌을 쓰기 두렵다”며 절필을 선언하는 논객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의지는 최근에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실제 법무부에서는 최근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실시하였는데, 검찰의 4개 노른자위인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그리고 대검 공안 부장을 보면 공안통들이 대거 약진한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즈음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적부심마저 기각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인터넷 논객들의 통렬한 세태풍자를 통한 인터넷 저항운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더구나 사법부까지 인터넷 논객들의 목을 바짝 죄어 오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 측에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신청’이라는 것을 보냈고, 다음은 어쩔 수 없이 그 신청을 받아들여 일부 글을 일부 삭제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다음 권리침해신고센터는 ‘안녕하세요, Daum 권리침해신고센터입니다. 고객님께서 작성하신 아래 게시물에 대해 권리침해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접수된 내용은 Daum서비스약관 제12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 규정에 의하여 임시조치 됩니다. 게시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일부 게시자들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논객들의 글쓰기 저항운동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사법부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민초(民草)는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그 생명력이 더 강해진다. 네티즌을 탄압하면 할수록 인터넷 저항운동은 거세게 타오를 것이란 말이다.
오늘도 게시판에는 새로운 네티즌들이 나타나 이명박 정부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나저나 권력이 법이란 무기를 휘두르기 이전에 정권이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엄격하게 '법치'를 적용하는 그런 ‘정직한 정부’는 언제나 탄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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