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참 나쁜 대통령이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1-19 12:20:25
올해 2월에 졸업하는 고교.대학 졸업생들은 갈 곳이 없다.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최근 5년여 만에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진데다가 올 2월과 3월에는 이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50만 명을 넘는 이들 졸업생들은 교문을 나서는 순간, 전례 없는 고용대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보다 큰 문제는 이 같은 실업 공포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끝이 어디쯤인지 분간하기조차 쉽지 않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 경기가 올해보다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가 되면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절대적인 수치까지 줄게 된다고 한다.
작년까지 30만명 안팎을 기록하던 취업자 증가수는 최근 개월만에 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통계청 집계로 '사실상 백수'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도 11월 기준으로 275만4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실업은 아니지만 더 일을 해야할 만큼 일자리가 시원찮은 불완전 취업자도 많다. 주당 근무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급여가 너무 적어 그 일만 갖고는 안정된 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반(半)백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고용 쇼크가 시작에 불과하다 사실이다.
실제 상황이 이런데도 무능한 정부는 이렇다 할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노력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어디까지나 말 뿐이다.
고작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인턴사업 확대계획에 따라 6개월~1년 정도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러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고용에 앞장서야 할 공공부문에 감원 바람이 부는 것도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한국농촌공사가 15%, 한국전력이 10% 등 직원을 줄였듯이 공기업 채용시장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사기업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새로운 실업자를 양산해 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 취업포털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곳 중 2곳이 올해 채용계획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1.1%가 올해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가 조속한 시일 내에 회복되지 못하면 현재 근근이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잇따라 폐업.도산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들마저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실업대란을 악용해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하고 있으니,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 대통령은 19일 ""방송통신 융합이 잘 돼야 고급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올해 들어 첫 정례 당청 조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미디어가 최대 산업이고 성장 동력""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는 것.
잘 알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미명 하에 ‘미디어 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한나라당도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미디어 관계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부와 여당이 ‘언론장악을 위한 MB악법’을 강행처리할 테니 국민여러분은 반대해서 실업자로 남든지 아니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다가 조중동이 만드는 방송국에 인턴으로라도 취업하라”는 으름장처럼 들린다.
국민들의 실업사태를 내 일처럼 가슴 아파하지는 못할망정, 그 같은 처지를 악용해 반대여론을 봉쇄하려 드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존경심이 우러나오겠는가.
존경심은커녕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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