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양심, 초선의원을 믿는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2-08 12:20:50
이른바 ‘MB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대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에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을 향해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할 용기도 양심도 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겠는가.
하지만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아니다”라는 양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지침'을 획일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국회의원으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추구하려는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초선 모임인 `민본 21'이 지난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개혁, 정당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 그룹이 ""대통령을 돕는다는 것이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무조건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대다수의 의원들이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앞으로 학계, 시민사회계, 언론계, 종교계 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한 구체적 정치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뜻을 같이하는 야당 의원과의 공조도 모색할 방침이라고 한다.
즉 이들은 ‘MB 쟁점법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홍준표 원내대표의 속도전 주문을 거부하고,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리고 민생.경제 법안이 아닌 사회갈등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재야는 물론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표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이는 ‘초선의원들의 반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공천권을 가지고 이들을 억압하려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반란’이 아니라 ‘혁명’이다.
민심이 그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그들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이버모욕죄’나 ‘미디어법’ 같은 게 민생이나 경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미디어법의 경우, 미국에서도 신문.방송 겸영 문제가 대두가 되어 미국 의회가 2년동안이나 이 문제를 가지고 공청회도 열고 국민 토론회를 갖는 등 열띤 논의를 했으나, 결국은 의회에서 부결 시키고 말았다.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었다. 지금 프랑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5개월 째 논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민생이나 경제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더구나 정부가 ‘미디어법’을 억지로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켜 ‘민생법안’이라고 우기려다 뒷덜미를 잡히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된 마당이다.
실제 정부는 법을 바꾸면, 2만개의 일자리 창출된다고 어이없는 전망을 내놨다가 국회 예산정책처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는 바람에 머쓱하게 되고 말았다.
또 ‘사이버모욕죄’는 어떤가.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이런 법안이 없다. 그나마 한 때 중국에는 이런 법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그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도 그런 몰상식한 법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장웨이창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신문담당 국장은 “반정부적인 글이나 인신 공격적 글은 모두 형법 등 일반법으로 다스리고 있다”며 “중국에는 사이버모욕죄가 없고, 별도로 설치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에도 없는 ‘몰상식한 법’,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만들려는 발상도 웃기거니와 이게 민생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따라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아직 때 묻지 않은 그들의 양심을 믿는다.
그러니 부디 그 양심의 소리가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위세에 눌리거나 짓밟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여러분 뒤에는 “쟁점법안은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한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또 “MB악법을 저지해야 한다”는 국민들이 있음을 믿고, 보다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