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준 “연기하는 그 순간이 제일 행복”

연극 ‘밑바닥에서’ 사기전과자 ‘사틴’ 연기

시민일보

| 2009-02-08 18:50:14

개막 앞두고 하루 10시간씩 연습 강행군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시청률은 기대에 못미쳤다. 수확이 있다면, 배우 엄기준(33·사진)의 발견이다.

‘그들이사는세상’에서 그가 연기한 거칠 것 없는 완벽주의자, 이기적이며 안하무인인 ‘손규호’는 실제 그의 모습과 오묘하게 닮아있다. 현실의 엄기준은 친절하지 않다. 기분 상하지 않을 만큼의 배려는 있다. 구구절절하지 않다. 솔직하고 간단명료하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손규호와 같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 연극, 뮤지컬 중에서 단 한 작품도 100% 만족한 것이 없어요. 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항상 무언가가 모자란 느낌이었죠. 그저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연극 ‘밑바닥에서’ 오픈 10여일을 앞두고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는 강행군으로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은 충혈된 엄기준의 고백이다.


소속사 선배 김수로(39)의 소개로 ‘밑바닥에서’에 나오게 됐다. 사회주의리얼리즘 희곡작가 막심 고리키의 1902년 작인 연극은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 경제 공황 등으로 우울했던 1900년 러시아가 배경이다.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에 묵는 여러 인간의 고생스러운 삶을 그렸다.

엄기준은 사기 전과자 ‘사틴’을 연기한다. “사틴은 남부러울 것 없는 시인이었어요.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감옥에 갔다 와서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죠. 글쎄요, 분명히 살면서 죽고 싶은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어요. 그러나 사틴처럼 이렇게 처절한 삶에는 비할 바가 못돼요”라고 털어놓았다.

“카메라 앞이든, 무대 위든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신구 선생님이 저랑 나이가 한 40년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그 분처럼 평생 연기를 할 수 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어요.”
연극하는 엄기준은 14일부터 3월2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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