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워낭소리'에서 삶을 배워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2-17 14:35:49

저예산 독립영화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무려 6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고 하니, 다큐멘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없는 대성황인 셈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런 영화에 관심을 갖고,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뭐 특별한 스토리가 담겨있는 것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팔순 농부와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 마흔 살의 늙은 소가 하루하루를 여유작작(餘裕綽綽)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가슴 한구석 찐한 감동이 솟구쳐 밀려온다.

나이 탓에 속도를 낼 수 없는 늙은 소가 황토 흙먼지를 ‘폴폴’ 일으키며 아주 느린 걸음으로 터벅터벅 수레를 끌고 있고, 그 수레위에서 팔순의 농부가 졸고 있는 장면이 평온하다 못해 사무치게 아름답다.

바로 이 영화를 이명박 대통령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지난 15일 서울 동숭동 아트센터에서 관람했다고 한다.

‘느림’의 소중함을 담은 ‘워낭소리’와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이라.

그 둘은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정말 이 대통령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을 알고나 있을까?

‘느림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 본 일이 있을까?

매사 ‘속도’를 중시하는 그에게 있어서 ‘느림’은 미학이 아니라, 단지 ‘무능’의 또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이른바 ‘쟁점법안’과 관련,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야당의 결사반대는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마저 최근 “쟁점법안일수록 국민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심지어 친이계 소장파 내부에서 조차 ‘속전속결 처리’ 방침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법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과연 ‘빨리빨리’가 능사냐”는 그들의 반문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막무가내다.

마치 조급증 환자처럼, “법안 전쟁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라”며 여당 지도부를 다그치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있었다.

특히 오늘날 청계천은 그의 조급증으로 인해 기형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청계천 복원 당시 서울시민들의 62.7%가 ‘자연생태 중심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MB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고 말았다.

만일 당시 그가 시민들의 의견과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고 받아들였더라면, 청계천이 오늘날처럼 시멘트덩어리의 기형적인 모습으로 탄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한강물을 전기로 끌어와서 다시 흘려보내는 인공적인 어항의 모습도 아니었을 것이다.

대통령 출마를 위해 그는 ‘속전속결’을 강조했고, 그 결과 청계천은 양재천과 같은 자연 생태하천이 아니라, 단지 눈에 보기 좋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건설되고 만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다시 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뜯어내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새로운 공약을 내걸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국민들은 뭐 하나 뚜렷한 성과 없이 말썽만 일으키는 그의 조급증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쳤다.

그로인해 국민 10명중 6명이 다시 투표하면 결코 이명박을 찍지 않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단 3명도 안 됐다. 겨우 두 명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심지어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지지하겠다'고 답한 사람도 44.7%에 불과했다. 집권 1년만에 절반 이상의 지지자들이 이탈한 셈이다.

이게 ‘빨리빨리’ 병에 걸린 MB를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대통령 부부가 ‘느림의 소중함’을 메시지로 하는 ‘워낭소리’를 관람했다고 하니, 거기에서 삶을 한 수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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