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땡전 뉴스’ 부활 꿈꾸나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2-19 15:58:47

이명박 정권이 땅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대대적인 정책홍보에 나서는가하면, 이른바 ‘연쇄 살인 홍보 지침 문건’이라는 걸 만들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또 청와대는 일반 국민이 정부 정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홍보물'을 발간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 중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KBS에 버라이어티 쇼를 편성하고, 연예인 출연료 등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황당한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미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회의 발언과 연설 내용 등을 정리한 어록집 `위기를 기회로' 2편을 최근 발간한 마당이다.

심지어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KBS의 노조원 중징계 사태에 대해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쯤 되면 청와대가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가 참 별짓을 다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다고 국민이 속아 넘어가 줄까?

어림도 없다.

전두환 정권당시 ‘땡전뉴스’로도 여론을 휘어잡지는 못했다. 하물며 생생한 뉴스가 넘쳐나는 인터넷 바다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할까?

전두환 정권은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땡전뉴스’라는 걸 만들었었다.

‘땡전뉴스’란 9시 뉴스가 ‘땡’하고 시작하면 바로 ‘전두환 대통령은…’이라는 멘트가 나온 데서 따온 것으로, 전두환 정권의 불공정 보도를 상징하는 말로 백과사전에도 올랐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반대 목소리는 높아갔고, 결국 전두환 정권은 국민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지금 필자가 5공 당시의 ‘땡전뉴스’를 언급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그와 유사한 짓을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땡이(李)뉴스’를 시작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20일부터 대대적인 정책홍보에 나선다지 않는가.


실제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의 취지와 상세한 내용 등을 담은 정책홍보 자료집 `청와대 정책 브리프'를 이날부터 1주일에 한 번꼴로 여론 주도층 3000-4000명에게 일괄 발송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와대 정책 브리프는 A4 크기에 8-10쪽으로 구성되며, 주요 정책이 주제별로 나눠 소개되게 된다.

아예 여론주도층을 세뇌시키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땡전뉴스’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앞서 청와대 이 모 행정관이 ""용산사태 대응을 위해 강호순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 메일을 경찰 홍보담당자에게 보낸 것도 여론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점에서 ‘땡전뉴스’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물론 이 행정관은 지난 15일 사표를 냈지만, 이를 일개 개인이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청와대가 조직의 특성상 직속상관인 홍보기획관도 모르게 행정관 독단적으로 이런 메일을 보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KBS에 버라이어티 쇼를 편성하고, 연예인 출연료 등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은 얼마나 황당한가.

국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이를 검증, 토론하여 실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마치 ‘순수한 의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침을 보면 누구라도 청와대 정책 홍보 방송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지지율 20%대에서 장장 8개월 동안 빠져 나오지 못하다보니, 다급함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땡전뉴스’의 부활과 같은 이런 방법으로는 결코 여론을 호도할 수 없다.

일방적인 주입, ‘세뇌’와 같은 방법으로는 결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이 이명박 정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세뇌’가 아니라 ‘소통’이다.

소통에는 반드시 ‘대화’와 ‘타협’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들을 세뇌시키겠다는 모든 전략은 지금 당장 폐기하라.

행여 ‘땡이뉴스’를 만들어 보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그 역시 포기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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