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취임 1년, 국민갈등만 키웠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2-23 15:26:18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겨우 1년이다.

그 1년간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초라하다 못해 미래가 암담할 지경이다.

이런 상태로 앞으로 4년을 어찌 보내야 할지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

보수진영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탄의 소리가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보수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주가 3000의 국민성공시대, 운하건설로 국운융성, 두바이신화를 한국에서 이루겠다는 말들은 모두 일장춘몽이 돼 버렸다”며 “대실망이고 걱정스럽다. 기대할 게 있겠느냐”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특히 “MB정권은 노무현 정권을 답습하고 있다”며 “국민을 분열시켜 자기 고유지지기반에 의존 하는 정치형태를 계속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죽하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다시는 충동구매 하듯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뽑아선 안 된다""고 한탄했겠는가.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30%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

장장 8개월간이나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20%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던 그의 지지율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30%대까지 올랐다니 이상하지 않는가.

실제 각 언론사가 2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 34.1%, '중앙일보-한국리서치'에서 32.2%,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33.5%, '경향신문-현대리서치'에서 32.7%, '국민일보-동서리서치'조사에서 36.6%등 대부분이 30%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오히려 그에게 ‘독약(毒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지율 상승은 국민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하는데, 현재 이명박 정부는 특정 지지계층을 결집시키는 손쉬운 방식으로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국민갈등을 유발하게 되고, 절대적인 반대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 한겨레가 지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금 대통령선거를 다시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9%가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28.9%에 불과했다.


경향신문이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현재 대선을 다시 한다면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64.9%가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28.4%'만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3명의 ‘무조건 지지자’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무려 그 두 배가 넘는 국민들로 하여금 ‘절대적 반대자’가 되어 이명박 정권에게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

김상돈 만평작가는 23일자 만평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3명의 실체’에 대해 “친이, 고소영, 강부자”라고 꼬집었다.

즉 ‘친이,고소영,강부자’로 불리는 극단적인 3명의 지지자들만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역설적으로 나머지 6명의 국민들은 “다시는 이명박을 안 찍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이 같은 수치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성향은 보수, 진보, 중도 성향이 각각 30%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다소간의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이 수치는 그동안 좌우 균형을 이루며 큰 폭 변동 없이 유지돼 왔다.

중도 성향의 국민들은 특정 성향의 결집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 당시 좌파결집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들 중도세력이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했듯이, 이제는 이명박 정권의 우파 결집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아직까지는 진보 정당 지지로 기울지 않고 부동층에 머물고 있지만, “다시는 이명박을 찍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진보정당 지지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이들 중도 성향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모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바로 이들 중도표심으로 하여금 한나라당마저 싫증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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