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취임 1주년 선물은 ‘毒杯’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2-26 14:53:26
사상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 선물로 국민들에게 ‘독배(毒杯)’를 건넸다.
지난 25일, 국회 문광위에서 이 대통령의 준엄한 ‘속도전’ 명령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디어법을 기습적으로 직권 상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날은 정확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첫돌을 맞는 날이었다.
첫돌 선물이 ‘독배’라면, 앞으로 두 번째 선물은 무엇이고, 세 번째, 네 번째는 또 무엇을 국민들에게 선물로 내어 놓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국민과의 소통부재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여당마저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야당과도 소통하지 않겠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찌 될지 걱정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 25일 미디어법을 기습상정 한데 이어, 26일에는 야당과의 대화 노력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홍준표 원내대표가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며 쟁점법안 표결처리 강경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민주당 등 야당과의 협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는 거대 의석을 앞세운 여당의 독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모든 야당이 힘을 합해도 이 같은 여당의 횡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쟁점법안일수록 국민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를 뿌리칠 때만 해도, 국민들은 기대했었다.
이제 한나라당도 정신 차리고, 국민민생과는 아무 관련 없는 ‘갈등 유발법’을 폐기처분하거나 최소한 국민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보류시켜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세간에 떠도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리라도 하듯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채찍을 들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망아지 몰듯 속도전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이 의원이 25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을 당에 전달하면서 강경한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지금 저(민주당)쪽에서 마치 우리를 무기력증에 걸린 것처럼 만들려는데 되든 안 되든 (법안을) 밀어붙여야 한다. 이번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
즉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직권상정 배후에는 ‘만사형통’으로 통하는 이상득 의원의 “밀어붙이라”고 하는 ‘지침’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그의 말 한마디가 박근혜도, 야당도, 국민도 안중에 없게 만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큰일 아닌가.
아우인 대통령의 ‘속도전’ 명령을, 형인 여당 중진 의원이 전달하고, 그 명령에 ‘끽’소리 한번 못하고 움직이는 정당의 국회의원들이라면 꼭두각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스스로가 ‘독립된 입법기관’이라고 하는 자존심도 없는가.
지금 이명박 정권의 실상을 한번 들여다보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지난 1월 8일부터 2월 22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범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국민 96.78%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불신임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14만5594명이었으며, 이중 14만 909명이 불신임한 것이다.
심지어 MB 텃밭이라고 하는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불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를 벌인 결과 무려 85% 이상이 불신임표를 던졌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당장 오는 4월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듬해 실시되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침몰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난 민심의 화살이 한나라당을 겨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달렸다. 자, 어찌할 텐가.
지금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 앞에 독배를 내밀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국민에게 그 독배를 마시도록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그 독배를 빼앗아 던져 버릴 것인가.
당신들의 선택이 당신들로 하여금 이명박 정권과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할 수도 있고, 침몰하는 이명박 호에서 빠져 나오게 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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