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미디어법 기습상정… 정국 급랭

시민일보

| 2009-02-26 17:46:56

한나라 ‘李정부 힘 실어주기’ 고육책 분석… 親李-親朴 갈등 재연 가능성
민주당 “원천무효… 모든 상임위 전면 보이콧·실력저지 하겠다” 강력반발
네티즌 “또 하나의 희대사건 만들어” “이 나라 민주주의 후퇴” 꼬집어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언론 관계법을 기습 상정함에 따라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연초 ‘1차 입법 전쟁’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국회가 또 다시 전쟁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법안 상정 절차의 문제점 등을 들어 원천무효라며 모든 상임위를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반면 정부 여당은 ‘입법’에 자신감을 보이며 자족하는 분위기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대로 여당이 ‘속도전’을 전개해 준데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26일 국회 언론관계법 직권상정과 관련, “국회에서 원만하게, 취지를 잘 살려서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쟁점법안일수록 국민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으나, 한나라당의 전날 언론관련법 기습 상정을 시작으로 여타 상임위 쟁점 법안 역시 단독상정 등 강공 분위기 속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의 ‘깜짝 직권상정’은 주류인 친이 특히 이상득 의원의 강한 독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법안을 미루고 경제관련 법안 처리에 매진하자는 당내 의견에 “지리멸렬하면 안된다, 우리 핵심 지지층을 다 잃는다” 고 쟁점법안 처리에 강 드라이브를 주문하고 나선 것.

앞서 한나라당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한 것도 지도부의 이런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국 경색과 국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수를 선택한 것은 이명박 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지지율 20~30%대의 정권이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대화와 설득을 하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여당의 거대한 의석수를 앞세워 힘으로라도 밀어붙여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언론법 상정이라는 큰 산을 넘긴 했지만, 한나라당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당장 ‘국민 뜻 우선’임을 내세워 속도전에 반대 했던 친박측 대응이 관심사다.

같은 여당의 입장에서 침묵하거나 강하게 비판하거나의 기로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침묵할 경우 이명박 정권과 동반자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 현 정부와 동반몰락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반면 비판 기류를 선택할 경우 친이측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후자를 선택할 경우 분당 가능성을 포함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친박측 대응이 주목된다.

◇민주당=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6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의 언론관계법 기습상정과 관련, “’MB(이명박 대통령) 악법’을 저지하고 의회주의를 수호하자”고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국회통과 시도에 대한 강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문방위 회의장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지난 연말 외통위 박진 위원장에 이어, 문방위 고 위원장으로 인해 또 한번 의회주의 파괴가 자행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8대 국회가 들어서고 한나라당에 과도한 의석이 주어지면서 오만과 독선, 일방통행과 밀어붙이기가 횡행하게 됐다”며 “이 시점에서 민주당에 주어진 책무는 MB 악법을 막아내고, 의회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고 야당을 적으로 만드는 것을 국정운영 기조로 삼겠다고 천명한 것”이라며 “과감히 맞서 싸우겠다”고 결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고흥길 문방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모든 상임위를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또 문방위를 비롯해 정보위, 외교통상통일위, 정무위 등 4개 상임위의 경우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실력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문방위 회의장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부터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하기로 어제(25일) 의총에서 확인하고, 오늘 원내대책회의에서 재확인했다”며 “특히 ‘MB(이명박 대통령) 악법’을 상정해 처리하기로 한 문방위, 정보위, 외통위, 정무위 등 4개 상임위에서는 원천적으로 실력저지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 부대표는 보이콧 방식에 대해 “상임위가 열리면 일단 참석을 한 뒤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분명하게 규탄하고, 회의진행을 하지 못하도록 실력저지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난 여론 비등=한나라당의 ‘속도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언론인은 자신의 블러그에 “가슴이 아프다”며 “이명박 정부 1주년은 ‘미디어법 직권상정’으로 또 하나의 희대의 사건을 만들어 냈다”고 꼬집었다.

또 한 네티즌은 “이명박 정권은 냉전 시대에 군사정권에서나 할 수 있는 그런 사고에 젖어있다. 그래서 언론의 중요 요직에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냈고 급기야는 청와대의 국민소통 행정담당관이라는 사람이 천하의 살인마 강호순 사건을 용산참사 여론 몰이로 이용하라는 e메일을 경찰청에 보냈던 것”이라며 “이제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이 나라의 언론은 형평성을 잃게 되고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만다”고 한탄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한나라당의 7대 언론법안 처리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인 바 있는 언론노조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 관련 법안을 기습 직권상정함에 따라 꼬박 두 달 만에 다시 총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부산민중연대를 비롯한 부산지역의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같은날 오전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미디어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악법의 직권상정에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독배가 든 선물을 줬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한다면 국민저항의 바다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