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닉슨이 너무 명박스럽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3-01 10:21:04

“닉슨이 자기 잘못을 합리화 시키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MB를 닮았지?”

“마치 MB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어.”

지난 27일 서울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렸고, 그 영화를 관람한 후 극장을 빠져 나오는 인파들 가운데 한 쌍의 연인이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다.

그 말은 듣는 순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사회 도중 아들 녀석이 “아빠, 닉슨이 너무 명박스럽다”고 소곤대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한물간 방송인 ‘프로스트’와 사임한 전직 대통령 ‘닉슨’이 서로의 욕심이 맞아 떨어져 인터뷰를 하게 된다.

프로스트는 국민에게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사임한 전직 대통령 닉슨과 인터뷰를 함으로써 뉴욕방송국으로 복귀하는 게 꿈이었다.

반면 닉슨은 한물간 프로스트를 제압, 정치계로 복귀할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차기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던 닉슨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 정치역사상 가장 부정한 사건으로 1972년 6월 17일 발생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닉슨은 ‘워싱턴포트스’ 두 기자가 추적해 밝혀낸 이 사건에 대해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그는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를 도청하란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은 이 역사적인 사건이 있은 후 있었던 실제 인터뷰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 전반부 대담은 프로스트의 완패에 가깝다.

노련한 정치가였던 닉슨에 밀려 그는 전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대통령 사임 당시 자신의 결백을 끝까지 주장하면서 국민들에게 우아하게 손까지 흔들면서 퇴장했던 닉슨에게 잘못했다는 실토를 받아내기 원한 시청자들의 열망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닉슨의 자기변명에 힘을 실어주는 역효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하지만 노련한 정치가 닉슨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바로 도덕성 문제였다.

프로스트는 네 번째 대담에서 도덕성 문제, 즉 워터게이트 사건을 가지고 강력하게 닉슨을 몰아 부친다.

닉슨이 가장 감추고 싶어 했던 도덕성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다.

결국 명박스럽게 버티던 닉슨도 도덕성 앞에 무너지고 만다.

정계 복귀를 꿈꾸고 나온 대담에서 오히려 완전히 정계 은퇴를 하게 되고 만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과연 도덕성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영화였다.

닉슨은 인터뷰 도중 “대통령이 하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없다. 난 그렇게 믿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저지른 ‘워터게이트 사건’ 역시 불법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린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은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민 뜻과 배치되는 일을 ‘소신’이라며 밀어붙이는 것이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이 영화평으로 “현 대통령님이신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 꼬옥 보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옵나이다”라는 글을 남긴 것을 보면, 그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영화평은 그 외에도 상당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거는 프로스트다. 지난 1년간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부를 보면, 프로스트가 필요하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쥐박이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에 를 관람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꼭 시간을 내어 을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느림의 미학’이 담긴 를 관람하고도 MB 쟁점법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것을 보니, 을 관람한 들 뭐가 달라지겠는가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우리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권하는 것이다.

혹시 아나?

그 영화를 보고나서 “어이쿠, 내가 한국형 닉슨이 되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잘해야겠구나.”하고 개과천선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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