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박근혜를 공격하는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3-03 11:32:07
여든 야든 항상 강경파가 문제다.
요즘 한나라당 친이 강경파와 민주당 강경파들을 보면 도무지 양심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실제 그들은 지난 2일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디어법과 관련, 극적합의를 이끌어 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원망의 소리를 늘어놓거나 그의 활약상을 비하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모습을 보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3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야당의 양보를 촉구한 것과 관련, ""원칙 없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를 합리화하고 뒷받침한 역할을 한 듯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그는 ""박 전 대표가 연말연초 'MB악법'의 날치기 강행시도에 대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했고, 논란이 있는 법은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이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대부분의 언론이 ‘박근혜, 미디어법 찬성 급선회’라고 보도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박 전대표가 이른바 쟁점법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여 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뜻은 너무나 확고했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쟁점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거대 의석수만 믿고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그 입장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 1월 5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쟁점법안에 대해 전격 제동을 걸었으며, 지난달 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난 후에도 그는 당당하게 이 같은 뜻을 피력했다.
그는 당일 오찬회동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충분한 국민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를 일축하고, ‘선(先) 국민 공감대론’을 고수한 것이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11시께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농성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미디어 관련법 중재안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왔다""면서 ""이 정도면 야당이 합의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던 것이다.
즉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회문방위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했지만, 김형오 의장의 중재안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도 이 같은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실제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박병석 의원은 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민주당은) 사실상 동의 한다”며 “그야말로 산통 끝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다소 못 마땅한 점이 있어도 합의 정신을 존중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와서 ‘박근혜 탓’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아무래도 언론노조 때문인 것 같다.
민주당으로서는 언론노조 측과 입장을 같이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제 1야당이 ‘박근혜 탓’을 하는 건 참 옹졸하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 강경파들도 옹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내 강경파인 이재오계 공성진 의원은 3일 여야 합의에 박근혜 전 대표가 1등 공신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그것은 조금 지나친 평가""라고 일축했다.
공 의원은 이 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야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일등 공신은 박희태 대표최고위원과 홍준표 원내대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 박근혜 대표께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거듭 평가절하했다.
참 답답한 사람이다.
김형오 중재안이 나왔을 때 박희태 대표를 비롯 한나라당 지도부는 펄쩍 뛰면서 반대했다.
그래서 강경파인 심재철.진성호.최경환 의원 등은 김 의장을 향해 “탄핵”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었다.
만일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은 강경파들의 득세로 김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해야 한다.
민주당은 언론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한나라당 강경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박근혜 전 대표의 노력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코 바른 정치인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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