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극장가 ‘한국영화가 없다’

외화 20여편 홍수속 국산은 겨우 2편 개봉

시민일보

| 2009-03-09 18:50:45

올해 한국영화 개봉작이 40~50편에 불과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3월 개봉작 리스트가 거의 확정됐다. 외화는 20여편, 상업적 성격의 국산영화는 2편뿐이다.

3월은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통한다. 중·고생, 대학생들의 방학 종료와 동시에 영화 주소비층이 빠져나간다. 비수기를 피해 영화를 걸 것이냐, 비수기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이냐, 눈치 작전이 벌어지는 시기다.

3월 개봉 예정인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와 ‘실종’은 후자를 택한 경우다. 한국영화에 충성도가 높은 고정 관객들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외화들의 치열한 공격에서 빈틈을 노린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지난해 3월 개봉작 중 재미를 본 영화는 없었다. ‘숙명’, ‘마이 뉴 파트너’, ‘허밍’ 등 3편이 틈새시장을 노렸다가 쓴맛을 봤다.

올해 3월에는 한국영화 비수기 시장이 존재한다. 3월14일 화이트데이도 호기다. 멜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마케팅 포인트가 감지된다. 스릴러 영화 ‘실종’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의 화제성이 기회가 됐다.

위기는 아카데미의 강림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더 리더’, ‘더 레슬러’, ‘밀크’, ‘프로스트 vs 닉슨’ 등 작품성 높은 영화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여기에 ‘왓치맨’, ‘드래곤볼 레볼루션’ 등 만화적 성격의 SF, 팬터지물도 합세한다.

우마 서먼·콜린 퍼스 주연의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 유덕화와 서기가 나오는 ‘라스트 프로포즈’ 등 국적을 넘어선 로맨틱 멜로물에서부터 공포 영화의 교과서 ‘13일의 금요일’, 3D 스릴러 ‘블러디 발렌타인’, 브래드 피트·조지 클루니 주연의 코미디 범죄물 ‘번 애프터 리딩’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이 와중에도 한국영화 수요층은 존재한다. 아카데미가 선택한 영화라는 명성과는 별개로, 국내에서 대중적 흥행에 성공한 오스카 수상작은 드물다. 3월까지 흥행을 이어갈 국산영화 이월작도 없다. 한국영화 충성도가 높은 관객 시장의 완벽한 빈틈이 형성됐다.

그러나 3월에 개봉되는 한국영화의 현실은 초라하기만 하다. 제작부터 빈틈을 노린 듯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영화 자체가 빈틈이다. 스타 마케팅에만 의존한 부실 영화라는 비난이 예상된다. 문성근과 추자연이 주연한 스릴러 ‘실종’은 관객들의 관심 밖이다. 강호순 사건과 억지로 연관 짓는 면도 없잖다.

3월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신작 기근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단순히 양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빈틈 시장이 만들어낸 빈틈 영화들은 질적 후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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