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불출마의 의미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3-17 12:12:44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7일 4·29 재보선 불출마 선언 배경과 관련, “자꾸 야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재보선은 재보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이승열의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재보선은 지역도 5군데에 불과하고 호남 지역에 둘, 수도권은 하나 밖에 없고, 경상도에 경주와 울산이 있는 정도인 만큼 지역적인 성격이 아주 강한 일종의 지역 선거""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 인천 부평을 지역구에 전략공천이 거론되고 있는 김덕룡 대통령 특보도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체 MB 정권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이들이 왜 그토록 달고 싶은 금배지를 포기해야만 했을까?

한마디로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4.29 재.보궐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현 정권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을 폈다면 승리할 것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고작 20%~ 30%대를 오락가락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현 정권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는 지지도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MB 측근’이라는 명함은 오히려 선거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다.

박 대표나 김 특보의 불출마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MB 나팔수’ 노릇을 톡톡히 해 왔던 인사다.

최근 종부세 완화 문제와 관련, 국민 84%가 반대를 하는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공약사항인 종부세를 완화 하지 않는 것은 정권의 신뢰문제” 라면서 이 대통령에게 힘을 준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MB가 수세에 몰릴 때마다 언론에 등장, ""경제를 살려야한다"" 고 ‘경제대통령 이명박’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특보는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대세론 후보 앞에 가서 줄을 서고 말았다.

따라서 박 대표나 김 특보의 얼굴에는 ‘이명박’이라는 이미지가 깊게 새겨질 수밖에 없고,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5곳 가운데 두 곳은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영남에서, 또 두 곳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호남에서, 나머지 한 곳은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수도권에서 각각 치러진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은 호남 지역 두 곳 선거에 대해서는 사실상 포기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인천 부평을은 어떤가.


박희태 대표가 당초 이 지역 출마여부를 저울질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면, 이 지역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는 뜻일 게다.

그러면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영남은 ‘싹쓸이’가 가능한가.

어림도 없다.

우선 경북 경주에서는 ‘이재오 맨’으로 불리는 정종복 전 의원이 ‘박근혜 복심’으로 통하는 무소속 정수성 예비역 대장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 정 후보 측이 자체 여론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정 대장이 무려 9.7%나 앞서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그러면 울산 북구는 안정권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이 지역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단일화를 목표로 한 진보진영의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있다.

실제 민노당에서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과 이영희 최고위원, 진보신당에서 조승수 전 울산 북구 의원이 이 지역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이지만, 두 정당은 지난 2일 만나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데 이어 17일에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 협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기로 하는 등 단일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구도에 민주당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울산 북구에서 단일화에 성공하면 민주당이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인천 부평을 민주당에 양보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 후보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나라당이 5대 0 완패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잘해야 3대 2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지속돼 지방선거 완패를 가져 올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얼굴로 남아 있는 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나라당이 살아남으려면 하루빨리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

그럼, 누구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야 할까?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 사이에서 ‘이명박 빼기 마케팅’과 ‘박근혜 더하기 마케팅’이 성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답은 빤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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