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재보선 출마 심기 불편한 정치권
시민일보
| 2009-03-22 19:06:16
與 “나오지 말아야할 분이 나와 정치 어지럽힌다”
野 丁대표와 오늘 회동… 인천 부평을 권유 고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보궐선거 출마 문제로 여야 정치권이 시끄럽다.
한나라당은 22일 재보선 출마의사를 밝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귀국하자 기자간담회와 논평을 통해 공세를 펼쳤다.
이는 4월 재보선 구도가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라는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DY 공천논란’ 쪽으로 선거 초점을 옮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안경률 사무총장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하는 후배들에게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 전 장관은) 당당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며 “나오지 말아야할 분이 자꾸 나와 정치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 총장은 “상대 당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정 전 장관이 출마하면 오히려 민주당의 현재 지지도조차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정 전 장관의 출마를 정면 비판했다.
윤상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정 전 장관의 ‘죄인이고 빚진 사람’이라는 발언은 지역주의를 꿈꾸는 교언무실(巧言無實)의 전형으로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정 전 장관의 양지만을 향한 행보는 한국정치를 음지로 몰아넣을 우려가 크다”고 맹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한 사람에게는 모든 기회가 주어지고, 다른 인재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봉건시대 시절에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정 전 장관 스스로 호랑이를 그릴 인물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으로 고인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도 속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날 정동영 전 장관의 귀국과 관련,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으나, 매듭이 쉽게 풀어질 것 같지는 않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민들레영토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빨리 만나긴 해야 한다. 빨리 하는 게 내일 아닌가”라며 23일 정 전 장관과의 회동 계획을 밝혔다.
또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 전 의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대표나 김근태 전 의장 등 우리 당의 잠재적인 지도자들이 모두 하나가 돼서 우리 당이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언제나 선당후사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며 “이 정권이 이렇게 실정을 거듭하고 있고 공안정국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야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사분오열돼서는 그 과제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정 전 의장에 대한 공천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해 “그렇게 확대해석은 말아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은 전략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그는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과제를 잘 감당해야 될 책무가 1차적으로 대표한테 있는 것 아닌가. 그에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23일 오전 순창 선영을 찾은 뒤 오후께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재보선 공천 문제에 대한입장을 전하고 담판을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회동 장소와 시간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에게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인천 부평을이나 10월 재보선 출마를 권유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측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전주 주민들의 요구가 높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앞도적인 상황을 지도부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정 대표를 압박했다.
앞서 지난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정 전 장관의 거취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절반이 넘는 55.5%가 전주 덕진 공천에 찬성의견을 냈다.
반면에 공천 반대 입장은 28.4%에 그쳤으며, 한나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반대(50.9%)가 찬성(24.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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