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리스트’ 터질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9-04-02 15:53:28
요즘 장안의 화제는 ‘박연차리스트’다.
그러나 네티즌의 주요 관심사는 엉뚱하게도 ‘롯데리스트’에 쏠려 있다.
‘롯데리스트’란 서울 잠실벌에 세워질 ‘제2롯데 월드’ 건축 허가과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무리하게 특혜를 부여한 인사들의 명단이다.
물론 아직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며,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난 후 나올 것이란 예측이 인터넷 상에 무성하다.
실제 ‘제2롯데 월드’ 승인 과정을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우선 정부가 건축 허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 안전성 보고서에 첨부된 영문 원본조차 왜곡 해석되는 등 안전하다는 결론을 위해 편파적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최소 1주일 이상 걸리는 시뮬레이션 결과물이 정부의 용역 발주 이후 이틀 만에 첨부된 것도 정상은 아니다.
이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한 관련 학회와 건축허가를 위해 사전에 ‘조율’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더욱 기막힌 일은 그동안 길길이 뛰며 반대해온 국방부와 공군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변화다.
국방부와 공군은 비행안전과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려 12년간 초고층 건물을 반대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들이 입을 모아 “안전하다”며 찬성 쪽으로 선회한 것을 보면, 뭔가 냄새가 난다.
더구나 지금 국방부와 공군이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제2 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하는 예비역 장성들에게 공청회에 나오지 말라며 압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충돌위험이 있다’는 조종사들의 의견을 ‘충돌위험 없다’는 의견으로 바꿔치기 하는 등 무리수까지 동원하고 있다.
특히 민간 업자의 이익을 위해 공군 비행장 활주로를 변경하는 대규모 공사를 한다는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다.
성남 공항 활주로를 3도 틀어서 이전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대체 이렇게까지 하면서 특정 기업을 봐주는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정권이 바뀌고 나면, ‘박연찬리스트’보다 더 큰 ‘롯데리스트’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까지 나서서 안전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치밀하고 신중한 추진을 당부할 정도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제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해당지역인 성남공항의 안전성은 현 상태로도 문제가 없다는 정부측의 설명에 ""비상시 군사작전을 수행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안전성에 추호도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가 하면, “이 건이 재벌에 대한 특혜가 아닌가” 하며 특혜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당이기 때문에 비록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안정성에 문제 있고, 특혜시비가 있으니 추진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그저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태세다.
즉 한 재벌기업의 특혜를 위해 대통령과 국무총리실, 국방부, 공군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권과 기업 간에 뭔가 검은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역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000리스트’라는 게 터져 나왔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박연차리스트’ 역시 이런 연례행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끝난 후 ‘롯데리스트’가 터지는 것은 아닐까?
혹시 이 대통령은 자신이 차기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롯데리스트’ 정도는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다음 대통령, 즉 롯데 월드 승인과정의 모든 비리를 은폐 시켜줄 차기 대통령은 대체 누구일까?
아무래도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하지만 필자가 장담하건데, 만일 롯데월드 허가 과정에 비리가 있다면, ‘롯데리스트’는 반드시 터진다.
차기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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