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장기집권 시나리오 가동되고 있나

고하승 편집국장의 정가분석

고하승

| 2009-05-24 12:44:32

1차 당헌당규개정...총재취임 친정체제 구축
2차 대통령제-내각제 혼합형 개헌논의 착수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데, 왜 무리하게 서청원 친박연대를 구속시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까?”

“대통령을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정치보복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 불과 3년 몇 개월만 지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박근혜 전 대표를 핍박하는 모습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의 이해할 수 없는 구속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갖는 한결같은 의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행법에 의하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5년 단임제로 그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방법은 아주 없는 것일까?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이다.

어쩌면 그는 이미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은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장기집권을 하려면, 반드시 개헌을 해야만 한다. 개헌의 명분으로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현행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내세울 것이다. 은근히 내각제로의 개헌을 유도하는 것이다.

내각제는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 제도다. 그러자면 개헌에 앞서 한나라당의 당헌당규를 개정해 자신이 총재로 추대돼야만 한다. 그는 ‘당청소통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자신이 한나라당 총재로 추대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이미 그 시나리오는 가동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 당헌당규개정= 4.29 재보궐선거 완패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쇄신’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나 민본21 등 소장파들 모두가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 내에서 터져 나오는 ‘쇄신’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참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쇄신의 방법으로 ‘당헌당규개정’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나 소장파 등이 이구동성으로 마치 현재의 당헌당규에 문제가 있어서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의 당헌당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참패의 원인이었다
.
현재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권과 대권의 분리로 청와대는 당의 공천 문제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매번 공천 때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친이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즉 당헌당규가 제대로 지켜지지않고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나오는 쇄신 내용은) 내가 대표 시절에 했던 내용”이라며 “그렇다면 그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의 당헌·당규에 ‘쇄신’의 모든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쇄신은 당헌당규 개정이 아니라 ‘현행 당헌당규 엄격준수’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맞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쇄신특위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당헌당규 개정 방향이다.

안상수 원내대표 당선 이후 ‘이명박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용어가 각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강한 여당을 강조한 안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한나라당에 대한 이명박 친정체제가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이미 밝힌 바 있다.

실제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인데 청와대와 당이 따로 놀게 되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강력한 단일 지도 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대통령 직할 체제’를 강조했었다. 즉 대통령 중심의 강력한 단일지도체제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방향에 대해서는 박희태 대표가 구체적으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실제 박 대표는 지난 11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쇄신의 핵심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과 청와대 간에 소통로를 좀 넓히고 좀 더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즉 당청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쇄신’의 핵심이라는 것.

그는 당청간 소통 강화의 일환으로 정무장관직 및 총재비서실장과 같은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정무장관 및 총재비서실장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정무장관이 당의 중요회의에 전부 참석을 했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어진 게 문제라는 것.

결국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의 쇄신방향을 ‘당청소통강화’ 쪽으로 정했고,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을 당 총재로 추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할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이미 전재희 장관까지 ‘메신저’로 보내 안상수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드는 것으로 친이 세력의 힘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바 있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실제 당이 ‘당청소통강화’라는 명분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총재로 추대하자’는 안을 새로운 당헌당규에 포함시키더라도 반대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청원 친박연대 구속,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을 통해 MB 반대자의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충분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개헌 추진= 당헌당규를 개정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총재로 추대되면,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러 들 것이다.

이미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와 권력분점형 정부 형태 등 2가지의 개헌연구 잠정안을 마련했다.

헌법 자문위는 이달초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이같은 개헌연구 잠정안을 보고하고 제헌절 이전에 최종안을 제출해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자문위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채택할 경우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과 부통령제 도입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자문위는 또 국민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이 비상대권과 외교권을 갖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는 내치 통할권을 갖는 한국형 권력 분점형 정부형태를 제시했다.

만일 첫 번째 안으로 개헌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장기집권 꿈은 일룰 수 없겠지만, 두 번째 안으로 개헌될 경우, 원내1당 총재가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장기집권의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지신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는 두 번째 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첫 번째 안은 구색 맞추기 용에 불과하고, 한나라당은 두 번째 안을 개헌방향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필적할만한 후보를 내기 어려운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역시 내각제가 가미된 두 번째 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히 18대 국회 초기인 지난해 7월 발족 당시 의원 16명이 창립멤버로 참여했지만 불과 1년도 안돼 10배가 넘는 186명의 의원이 속한 매머드급 모임으로 급성장한 미래한국헌법연구회 멤버들의 생각 역시 이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회원 수 186명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하다. 개헌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150명)를 훌쩍 넘기 때문에 이들이 뜻을 모으면 산술적으로 국회에서 개헌을 공론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 더구나 한나라당 112명, 민주당 50명, 자유선진당 5명 등 여야를 막론하고 회원이 골고루 포진했다는 점에서 개헌이 더 이상 뜬구름 잡는 공론(空論)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여서 개헌안 국회통과에 필요한 정족수(200명)를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얼굴마담용 대통령’ 노릇이나 하고, MB가 실권을 갖는 총리가 되는 데 대해 찬성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미디어법 개정 등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 사이버모욕죄 등을 통해 네티즌들의 입을 봉쇄하는 것으로 국민의 반대를 억누를 수 있을까?

신영철 대법관 같은 사람들을 앞세워 ‘제 2의 서청원’을 만들어 내고, 충견 노릇을 하는 검찰을 앞세워 ‘제2의 노무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과연 언제까지 침묵을 강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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