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글
편집국장 고하승
고하승
| 2009-06-03 16:11:30
이명박 대통령님.
혹시 이런 소리를 들어 보신 적 있습니까?
“어떤 사람은 죽어가는 당을 구하기 위해 바위에서 뛰어 내렸는데, 어떤 사람은 당에서 뛰어 내리는 용기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에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린 그가 결국 당을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바위에서 뛰어 내린 사람이 누구인지, 또 자기가 살자가 당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금의 민심은 ‘반MB’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렬도 따지고 보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반MB’ 성격이 더 짙다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도 이 같은 민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님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5%p 하락한 23.2%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무려 8.2%p나 상승한 69.4%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무려 7명이 대통령님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3일에는 서울대학 교수 124명이 시국선언문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이 분들은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또한 훼손되었다”며 “주요 방송사가 바람직하지 못한 갈등을 겪는가 하면, 국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초래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은 원만한 민주적 논의절차를 거쳤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현직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으며, 그에 따라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전국 법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이분들의 비판입니다.
이날 중앙대 교수님들도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파멸되는 것이나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님은 여전히 한나라당을 앞세워 이른바 ‘MB 악법’을 강행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퇴임 후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대통령’이란 낙인을 갖고 살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래도 ‘열심히 하신 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만일 후자라면, 지금 즉시 한나라당 당직을 버리시고 거국적인 중립내각을 구성하시기 바랍니다.
‘강부자 고소영’으로 불리는 무능한 내각을 전면 교체하시되,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등 야당의 유능한 인재들까지 모두 불러들이셔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실 수 있습니다. 또 그것이 대통령님을 선출해 준 유권자들에게 보은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대통령님을 후보로 선출해 준 당원과 대의원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권의 몰락과 함께 한나라당도 공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으신다면, 당장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시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한나라당 공동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당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의 운영은 그냥 당원들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오직 국정운영에만 전념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말까 우려되는데 왜 그토록 당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시는 겁니까?
정말 세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장기집권 음모를 진행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한낱 몽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국민의 피’를 보지 않고서는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거듭 청합니다.
지금 즉시 탈당하시고, 모든 정당의 인재들을 불러들여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십시오.
대통령님께 애당심과 애국심만 있다면 바위도 아니고, 그까짓 당에서 뛰어 내리는 일이 그리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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