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현역 구청장들 주가 상승
지역구 국회의원도 납작 엎드려...일부 무소속 출마 저울질
고하승
| 2009-06-09 13:27:03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한나라당 소속 현역 서울 구청장들의 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 한 것으로 나타나는가하면,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 한명숙 의원 등과의 가상 대결에서 큰 차이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이런 저런 연유로 차기 공천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던 한나라당 소속 일부 구청장들에게는 돌파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구청장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과의 기류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한나라당 깃발만 꼽아도 당선되던 호 시절은 이제 끝난 것 같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입맛대로 현역 구청장을 물갈이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의 주변 분위기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정당 지지율이 4년만에 민주당에 추월당하고 말았다.
한국일보가 창간 55주년을 맞아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이틀 동안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29.4%로 한나라당(27.3%)보다 2.1% 포인트 높았다. 지난 2월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37.3%, 민주당이 19.0%였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두 당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3일 휴대전화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이 전주 대비 6.9%p 상승한 27.9%를 기록해 한나라당(24.0%)을 3.9%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7월부터 국내에선 최초로 주간 정례조사를 실시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
작년 5월 촛불시위 당시(5월 6일 조사) 민주당(25.2%)과 한나라당(26.3%)의 지지율 격차가 1.1%p 까지 좁혀진 적은 있으나, 두 정당간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후폭풍이 2010 지방선거 판세를 뒤흔들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출마할 경우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여유 있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주간지 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과 범야권의 서울시장 예비 후보군으로 꼽힌 유 전 장관, 한 전 총리,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오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7∼10%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는 43.8%의 지지율로 33.8%를 얻은 오 시장을 가장 큰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는 오 시장의 강점으로 알려진 여성 지지율이 33.8%를 기록해 여성 득표에 상대적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정치에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는 손 교수 역시 가상 대결에서 오 시장을 42.3% 대 35.3%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의 한 측근은 “오세훈 시장에게 한나라당이 ‘제발 출마해 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제일 두려운 상황이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같다”며 “이제 당내 공천문제보다 본선 게임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소속 일부 구청장들은 여당 공천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민주당으로의 이적이나 무소속 출마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모 구청장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을 면전에서 거부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또 그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측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던 모 구청장은 최근 해당 국회의원의 달라진 눈길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와는 달리 각종 물의로 공천이 어려워진 구청장의 입지가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부정적 여론 때문에 입지를 잃은 구청장을 재공천 할 경우 민심 이반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대안정당’을 창당해 깃발을 들면,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이 그쪽으로 대거 몰리게 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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