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루비콘 강을 건너나?

당협위장 ‘해법’ 갈등에 ‘막말 공방전’까지

고하승

| 2009-06-15 14:49:30

한나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파 갈등이 이제는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서로 앞 다퉈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며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실제 친이-친박 간 신경전이 그 도를 넘어서, 최근에는 ‘막말 공방전’까지 서슴지 않는가 하면, '당협위원장 해법'을 놓고 친이-친박이 또 갈등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15일 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친박 복당파 현역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었으나, 친이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반발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계파 화합 차원에서 지역구에서 소외된 친박계 복당의원들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전날 조양환 위원장 등 친이 원외 당협위원장 16명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전 대표의 선(先) 공식입장 표명, 후(後) 사퇴'를 요구조건으로 내거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이들은 “당의 발전과 화합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 방침에 따를 용의가 있다”면서도 “친박 복당 인사들의 해당 행위를 용인한 박근혜 전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이들은 대분분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계 무소속 의원과 선거에서 맞붙어 패배한 사람들로 모두 친이계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전제조건을 내건 배경에는 친이 핵심 세력들의 배후조종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친박 측 한 관계자는 "공천 잘못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는 누차 얘기해 온 것 아니냐"며 "그들의 요구는 당이 원하는 목소리가 아니고 시기도 적절치 않다. 그들을 누가 움직이는지 우리는 (배후를)알고 있다"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저격수’로 나선 친이 홍준표 의원에 대해 이정현 의원이 ‘홍준표 저격수’가 되어 맞받아치는 등 친이-친박 갈등이 심각한 양상이다.

홍 의원은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2년 전에 승부가 나 대립구도가 없어졌는데도 박 전 대표는 패자의 길을 가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경선 국면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박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그는 “이미 승부가 난 상황에서 패자의 길로 가지 않고 승자에 대해 진정성을 요구하는 그런 처신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한 것도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친박은 더 이상 몽니를 부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다음날 이정현 의원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 의원은 홍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이후) 패자의 길로 가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한데 대해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홍준표는 쇄신대상 1호'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홍 의원이 지난 2005년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혁신안을 마련했음을 거론하며 "혁신안은 손색없는 선진정치의 교본이다. 그런데 집권하고 나서 그 규정은 거의 사문화 됐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홍 전 원내대표의 수수방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집권 후 혁신안 실현을 주도할 실세 원내대표가 됐음에도 당청분리는 고사하고 `청와대 시녀' 노릇에 앞장섰다"며 "총선과 재보선 공천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편승했고, 여당 의원들을 본회의장 불법 거적시위에 동원시키는 등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원내대표로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 실세 최고위원으로서 당과 국정 운영의 1차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위치였다"면서 "그런데 박희태 대표 사퇴 요구가 빗발칠 때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 침묵만 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그는 "힘 가진 쪽에 아부하고 힘없는 쪽에 돌팔매질하는 일은 4선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할 사람이 지천으로 널려있다"고, 사실상 ‘다시 보지 않을 사람’으로 간주하는 듯 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이 격한 충돌을 벌이자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점차 분열 양상이 타나나고 있다.

실제 보수성향의 각 사이트에는 친이-친박 지지자들 간에 공방전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제 이명박과 박근혜가 갈라설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는 네티즌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