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갑니다.”
이계안 전 의원, 1년 미국 체류 마치고 4일 귀국
고하승
| 2009-07-02 14:47:04
하버드대학교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프로그램에 따라 케네디스쿨 애쉬 연구소의 리서치 펠로우로 1년 동안 공부를 마친 이계안 전 의원이 오는 4일 서울로 돌아온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경선에 뛰어들었던 이계안 의원은 2일 에 보낸 이메일 엽서를 통해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숨 가빴던 순간들”이었다고 술회했다.
먼저 그는 “지난 2008년 1월,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불출마는 제가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 약속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2004년 봄, 정치에 첫 발을 디디면서, 국회의원 재선을 기약해 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만드는 일보다 주민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모든 걸 걸겠단 결심으로 국회의원은 단 한번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나와의 약속이기도 했다”고 18대 총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에 지원을 했다.
당시 그가 보스턴에서 면접을 할 때, 면접관이 “세계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주) 대표이사 사장을 거친 대한민국의 현역 국회의원인 당신이 케네디 스쿨에 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잘 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적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
이어 이 전 의원은 “1961년, 군사 쿠데타로 대한민국 정권을 잡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내건 쿠데타의 명분도 결국은 ‘잘 사는 나라’였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다. 물론 그 때 우리에게 잘 산다는 의미는 하루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생각하는 ‘잘 사는 나라’는 '하루에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나 혹은 '국민소득을 두 배로 높이는 것'을 강조했던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구호와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며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산다는 의미와 함께 '올바르게, 참되게, 멋있게, 떳떳하게, 아니 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면접관에게 “그런 나라,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더십의 본질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혁신 뿐만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 면접관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CEO를 역임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학생으로 받을 수는 없다. 대안으로 연구실을 하나 제공할 테니 1년 정도 와서 편하게 당신이 말하는 리더십에 대해 함께 연구해 보자"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 전 의원은 “아직도 진행형인 세계 경제위기 속에 치러진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선거를 현장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석학들의 생생한 해설을 들으며 체험했고, 살아있는 미국 정치와 선거문화를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어떤 의미인지를 피부로 느끼며 미국 사회에 불어 닥친 거센 변화의 물결을 목격하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면서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까지 하던, 천하의 GM이 사실상 문을 닫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경제의 대변혁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기회도 갖게 됐다. GM의 파산을 보면서 1998년 부도를 맞았던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정상화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IMF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 사장이 되어 낮과 밤이 따로 없이 일했던 기억들이 뭉클하게 밀려왔다”고 술회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이 서울로 돌아 온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유권자들이 많지만 아직은 이를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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