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 메시지 보내야 한다”

정치 지도자, 메시지 보내야 한다”

고하승

| 2009-07-05 12:10:11

정치 지도자, 메시지 보내야 한다”
윤여준, 박근혜 대표 경쟁력 높이 평가...지나친 ‘침묵’ 경계

‘영원한 책사(策士)’라고 불리는 보수진영의 장자방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현재 여야 통틀어 가장 경쟁력 높은 정치지도자”라며 “경쟁자가 없을 정도”라고 높게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무적이다. 그만큼 국민 기대치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뜻”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정치지도자는 국가적 사안마다 국민을 향한 메시지가 있어야하는데 박전대표가 정치지도자로서 당내 문제에 외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에 대해 일부에서 설망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지도자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된다. 행동으로 실천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말이 필요하다"며 "지난 경선 당시 고 장준하 유가족들을 찾았던 것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최근 지방자치 기초단체장의 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낸 50인 국가원로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와 관련 그는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에 관한 이론이 어떻든 간에 지방에 가서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의원들을 만나보니 한결같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었다. 공천제도가 본래 취지와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과거 행정부나 국회에 몸담고 있던 분들도 만나봤는데 같은 생각이었다. 공천제도의 대표적인 폐해는 부패에서 비롯됐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며 "특히 공천헌금을 요구한다는 (당사자들의 하소연격인)얘기들이 많았다. 또 중앙정치 예속, 점잖게 말하면 ‘노예문서’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공천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 문제의 근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윤 전장관은 이어 "그에 대한 반론으로 ‘책임정치’가 운운되는데 , 물론 틀린 말이 아니지만 현실을 보면 그게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보다 성숙될 때 까지는 기초단위의 공천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사회 원로급 인사들의 공천 폐지 주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1000만명 서명을 받아 행정기관 등 유관 기관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호소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윤 전장관은 '최근의 정치권 상황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는 기자의 청에 손사레를 치며 고사하던 당초의 입장을 바꿔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정치가 민생을 좌우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윤 전장관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양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일리가 있다”고 운을 뗀 후 “그러나 정치권 행태를 보면 답답하다. 일찍부터 예상됐던 문제를 시한이 다 된 시점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며 "그런 측면에서 여당이건 야당이건 비정규직 문제를 (입으로 떠들지만)실질적으로 내 문제처럼 생각하는 진정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이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했다면 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전문성 없는 내가 여야의 주장을 평가할 수 는 없지만 기본적 도리 문제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라고 거듭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최근 정치권의에서 부각되고 있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너무 권력이 집중돼 폐해가 생긴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옳은 문제제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되는 게 분권형과 내각제고, 4년 중임제는 이와 성격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대화문화 아카데미에서 주최해서 헌법개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토론회의 고정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전장관은 "지난 3년간 헌법개정문제와 관련해서 20여명 정도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속적인 토론을 해 왔고 지금은 구체적으로 정리된 조문을 놓고 다시 토론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저런 개헌 방법론이 거론되고 있고 그 중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얘기도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상적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윤 전장관은 “권력의 속성은 집중하는 것이지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안보를 맡고 총리는 내정을 맡는다고 하지만 자로 긋듯 구분 되는 시대도 아니고, 국가 안보라고 하면 국방과 외교만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권력을 나누는 것보다는 권력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장치하는 게 옳다고 본다. 의회나 국회 언론 시민사회 등을 통해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입법권이나 예산권을 옮기는 방법 등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특히 대북문제와 관련, “북이 2차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쏠 때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제제 있을 거라는 계산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엔과 미국이 중심이 돼 북 측을 압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를 통해 북을 굴복시키기는 어렵다. 미국이 북한의 그런 실정을 알기 때문에 압박과 동시에 늘 대화가 열렸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북한 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국과 북한이 마주할 시기 온다고 봐야하는 데 남북 관계경색 돼 있으면 나중에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 논의할 때 우리의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모습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그는 “(대북정책은)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때보다 는 한발 뒤로 물러났다고 볼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유연해 진 것이다. 6.15 의 기본정신을 존중한다고 표명해(민족의 화해와 협력 기본정신 존중한다고 하면) 북한도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명분 얻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대북정책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윤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표명에 대해 “그 참...”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중도라는 건 사람마다 다양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대통령은 실질적인 중도 정책으로 가면 되는 거지 말로 '중도'라고 표명한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대통령께서 강조하고 싶었던 게 ‘부자 정권’이라는 국민의 반발의식을 가라앉히기 위해 ‘서민을 위한 정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말로 해버리니 해석이 분분해진 것”이라며 “차라리 집권 초기에 실용주의를 말했으니 다시 실용주의를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하필 중도라고 해서 분란을 자초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거듭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윤 전장관은 “실용은 이념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말하는 거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중도는 이념의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라서 소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박형준 홍보기획관의 설명을 들으니 우파의 정체성 가지고 필요하면 좌파의 정책도 쓰겠다는 개념으로 '중도'를 표현했던 것 같은데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며 “다만 그 방법론에 있어 정책으로 실행해서 후에 다른 이들의 평가로 판단하게 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른바 ‘노무현 조문 정국’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국민들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장례 직후 일부 학자들이 얘기하는 것 같은 ‘노무현 신드롬’ 등 노 전대통령 죽음을 신화하거나 미화하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다만 많은 서민 계층의 국민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가며 조문하는 모습을 보면 (노전대통령이) 대통령의 지위가 아닌 인간으로서 자기들을 대변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노전대통령을)자신들의 대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는 평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내건 가치가 많은 국민(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지대에 있던)의 공감대를 자극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국민 가슴에 새겨져 있는 평등에 관한 열망을 의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명박 정권의 실패로 향후 보수집권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윤 전장관은 “걱정”이라며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인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정권의 실패가 한국보수의 실패로 귀결되는 것만은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많더라”고 동의를 표했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모르지만 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 앞으로 남은 시간 많으니만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 많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올 10월의 재보궐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촘춤한 정치 일정 때문에 여유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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