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지갑 지키고 서민지갑 눈독

고하승

| 2009-07-08 12:18:50

이명박 정부가 드디어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강남 부자들의 두둑한 지갑을 지켜주는 대신, 일반 서민들의 빈 지갑에 눈독을 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폐지 등 2% 부자들을 위한 각종 감세정책을 남발해 세수가 대폭 줄어들고 말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2년까지 총 감세 규모는 98조9000억 원에 이르며 2012년까지 33조900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긴축예산을 편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른바 ‘슈퍼추경예산’ 이라는 어이없는 재정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사실상의 대운하로 의심받는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우선 정부는 2006년에 수립한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상의 2015년 목표수질 86%를 2012년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면서, 22조 2000억이 투여되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지난 달 8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거짓이었다.

훨씬 더 많은 국민의 혈세가 필요하다.

민주당 대운하대책 특별위원회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밝힌 2012년에 '좋은 물' 86% 달성은 현재 4대강 사업에 투입될 예정인 수질개선 3조 9000억원(총사업비 22조 2000억원)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를 달성하려면 총 6조 6000억원의 수질개선 투자가 필요하다.

목표는 86%를 달성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사실은 예산 83%만 투입하는 계획을 국민에게 발표한 것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을 버젓이 발표한 것이다.

한마디로 사기극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당초 22조 2000억원에서 2조 7000억원이 늘어나 총 24조 9000억원이 되는 셈이다.

2%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등의 폐지로 가뜩이나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전개하려면 서민들을 등쳐먹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 정부는 줄어든 만큼, 또 ‘4대강 사업’에 쓸 세수확보를 위해 서민들이 애용하는 담배와 술에 대해 ‘죄악세’를 검토하는 등 온갖 방안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감세기조는 유지하되,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담배ㆍ술 등 외부불경제 품목에 대한 세율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흡연과 음주 등은 소비자들에게 효용도 주지만 조기사망, 생산성 하락, 의료비 증가 등 사회·경제적 외부비용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어 소비억제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죄악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부가세 인상과 농어민이 주 수혜대상인 조세 감면을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 가관이다.

부자들 세금은 감면해주고 서민들의 기호품인 담배, 소주 등에 붙는 세금을 올리려는 이런 정부가 지금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것을 구호로 내걸고 있으니 얼마나 기막힐 노릇인가.

특히 이 대통령은 서민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하는가하면, 재래시장을 방문해 장난스럽게 떡볶이를 사먹거나, 뻥튀기를 사먹는 등 이른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서민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마당이다.

종부세는 깎아놓고 떡볶이를 시장에서 사먹는다고 그것이 서민행보가 되는 지도 의문이지만, 이벤트와 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국민들은 지금 두 눈 부릅뜨고 이명박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

그나마 임기를 제대로 채우려면, 세수부족을 서민증세로 메우려는 정부 일각의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만 한다.

부득이 세수확대가 필요하다면,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철회하는 게 맞다.

특히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 즉 ‘4대강 사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해서라도 서민들의 등골을 빼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부가세를 인상하거나 서민들의 기호품인 술과 담배 등에 ‘죄악세’라는 기상천외한 세금을 붙여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들 경우, 민란(民亂) 수준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엄중 경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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