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정몽준, “10월 이전 전대” 이구동성

친박, “결국 이재오 만들기 아니냐” 일축

고하승

| 2009-07-09 15:45:59

한나라당 내에서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던 ‘10월 이전 조기전대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오계 의원들에 이어 정몽준 최고위원, 친이 이상득계 까지 10월 이전 전대론에 동조하고 나서고 있는 것.

친이 이춘식 의원은 9일 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조기전당대회를 할 바에는 10월 이전에 당 간판 바꾸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며 “국민에게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고 해놓고 내년까지 끄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10월 이전 전대론에 힘을 실었다.

이상득 전 부의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 전 부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10월 이전 조기 전대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쪽은 이재오계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진수희 의원은 이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10월 이전 전대를 강력 주장하고 나섰다.

진의원은 "내년 1,2월 조기전대론은 (10월 재보궐에 대한)패배주의가 깔려 있다"며 "한나라당 쇄신 첫걸음은 팽배한 패배주의를 거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재오계로 이는 이재오 전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앞서 같은 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도 최근 SBS라디오에 출연,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돼서 중요한 예산 결산 등 국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에 (조기전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지난 8일 SBS라디오에 출연, “(조기 전대를) 올해 9월과 내년 초에 개최하는 2개 안이 있는데 모두 장단점이 있어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10월 재·보선도 있고 지난 1년간 세상도, 정치 분위기도 변했고 당원들이 지도부를 바꾸라는 뜻이 강하다면 (10월 이전에 전대를 개최)해도 되지 않느냐”고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8, 9월 전대론에 힘을 실어 준 셈이다.

정 최고위원은 특히 “나라가 어려워 박근혜 전 대표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당을 실제로 이끄는 분들이 (전대에)참여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 최고위원의 주장은 외형상 이번 전대가 ‘관리형 대표’ 체제에서 ‘실세형 대표’ 체제로 전환돼 강력한 여당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친박 의원이 친이에 비해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 데다 이재오 전 의원마저 당내에서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에 재도전해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10월 이전 전대론에 부정적이었던 청와대의 기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도강화 행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당도 조속히 이를 일사분란하게 뒷받침해 줄 체제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청와대의 시각이 있다”며 “10월 조기전대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 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친박 측 한 의원은 와의 통화에서 “10월 이전 조기전대론 배후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계파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는 전대를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재오 전 의원 측에서 이 대통령 귀국 이후인 14일 이재오 전의원과의 독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어쨌든 이를 통해 조기전대를 결론내겠다는 게 이재오계 입장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조기전대 관련 발언들을 흘리는 것은 대통령 독대를 염두에 둔 여론형성을 위한 의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를 종용하는 발언들에 대해 “겉포장은 ‘박근혜 나오라’는 얘기지만 결국은 이재오 당대표 만들기 수순의 일환”라며 “이재오 전 의원이 당대표 나온다는 건 결국 친박계 들에게 당을 나가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정복 의원도 “친박은 어떤 면모로 당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해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지금으로선 당과 국정 쇄신이 우선 대상이기 때문에 조기전대문제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또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립지대에 있는 한 소장파 의원은 “조기 전대 성사여부는 기본적으로 강도 높은 국정쇄신, 이명박-박근혜간 국정동반자 관계에 대한 진전, 그리고 지도부의 거취 등 세 가지가 어떤 식으로 맞물리느냐에 달려있다”며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발언들은 조기전대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기전대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10월 이전에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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