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한나라당 각본에 따른 것인가

문수호

| 2009-07-22 16:51:00

미디어관련법이 22일 오후 4시경 결국 직권상정을 통해 표결처리로 의결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의 미디어법 ‘협상 종결’ 선언과 동시에 10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에 들어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더 이상의 협상의 무의미하다”며 일방적인 협상 종결 선언과 함께 야당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를 막기 위한 ‘의장석 보호’를 구실로 의장석 점거를 긴급 지시했다.

신성범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중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민주당과의 협상 결렬의 뜻을 전달하고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처리를 요청했다.

문제는 이같은 일방적인 한나라당의 행보에 국회의장이 동조하는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사전 공모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한나라당의 의장 점거 후 불과 한 시간여만에 표결처리를 선언했다.

이는 의장석을 먼저 점거하는 당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지난 발언과 정면으로 대치된 것으로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회 의장이 외부 일정으로 오전 중 국회에 출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양수 비서실장이 표결처리를 선언하며, 직권상정을 뜻을 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 자체가 이미 한나라당 내부적으로 논의가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양수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의장석을 점거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김 의장의 발언과 대치되는 것 아니냐?’, ‘협상 종결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협상 결렬 선언 아니냐?’라는 질문에 “지금껏 의장님께서 말해왔던 부분과 크게 어긋난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어떻게 거대여당이 먼저 국회 본회의장과 의장석을 점거하고 선제적으로 공격해 올 수 있나”라며 “이것은 완벽한 의회주의 파괴이며,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이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민생은 내팽개치고 언론법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한나라당과 김형오 의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의장석을 먼저 점거한 당에게 주겠다던 불이익이 언론법 직권상정이란 말인지 참으로 전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김형오 의장은 오늘부로 입법부의 수장임을 스스로 포기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문수호 기자 msh@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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