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엘리자베스냐 메리냐”
이상돈 교수, “반 MB-친 MB 선택의 기로”
고하승
| 2009-08-05 12:35:27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엘리자베스 1세일 수도 있고, 스코틀랜드의 메리 1세일 수도 있다.”
보수 대논객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기로에 선 박근혜 전 대표’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전 대표가 엘리자베스 1세로부터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자신의 친척이며 가톨릭 신자인 스코틀랜드의 메리 1세 여왕을 19년 동안이나 연금하고 끝내는 참수형에 처해야만 했던 권력정치의 비정함일 것”이라며 ‘반 MB’나 ‘친 MB’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먼저 “미디어법의 여파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이 박 전 대표에 대해 가해지고 있다”며 “이런 비판으로 인해 박 전 대표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다가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즉 박 전 대표가 기로(岐路)에 서있다는 것.
특히 그는 “박 전 대표를 마음껏 조롱한 동아일보의 김순덕 논설위원의 칼럼 같은 글이 지면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박 전 대표의 위상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6공화국에서 실세라고 불렸던 박철언씨도 그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기명칼럼이 조선일보에 실린 후에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대중적 지지기반이 탄탄한 박 전 대표를 박철언씨와 동일선상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뽑히는 인물에 대해 이런 식의 칼럼이 나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보수신문의 영향력이 전과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이런 칼럼을 안이하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선을 몇 년씩이나 앞둔 시점의 지지도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박 전 대표가 누리고 있는 높은 지지도는 MB와의 차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2007년의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으며, 그것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견고한 지지로 이어져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미디어법, 용산참사 등 현안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보여준 독자적 입장으로 인해 고정적 지지계층 밖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미디어법 사태 후에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그러한 사정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박 전 대표가 누려온 높은 지지도는 친이 세력의 실패에 따른 반사적 이익 같은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것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되었다”며 “미디어법의 처리와 MBC와 YTN 사태, 그리고 4대강 사업 등 현 정권의 ‘아킬레스 건(腱)’ 같은 사안에 대해 계속 침묵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김순덕 위원은 박 전 대표가 MB 정권에 무조건 협력하고, 또 수구좌파 세력과의 싸움에 동참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집권여당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는 박 전 대표의 비협조가 큰 원인이라고 본다. 미디어법 등 현안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현 정권과 의견을 달리하면 박 전 대표도 ‘수구좌파’라는 해석이 된다. 이는 얼마 전 박 전 대표한테 ‘북한으로 가라’고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던 집단의 주장과 다를 것이 없다”며 “이런 ‘협박’에 굴복해서 친MB의 길을 가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선택이고, 다른 길을 가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선택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김순덕 위원은 박 전 대표에게 현 정권을 도우라면서, 엘리자베스 1세가 선왕 메리 1세의 장례를 가톨릭 의식으로 치르게 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자식을 두지 못한 가톨릭 신자 메리 1세는 운명(殞命)하기에 앞서 엘리자베스를 후계자로 지명했으니, 장례의식을 화합을 도모한 행위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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