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DJ, 역사적 만남을 기대한다

고하승

| 2009-08-12 14:10:17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문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사 지금은 문병을 가더라도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단지 가족들만 만나보고 오는 형태의 형식적 문병이 아니라, DJ와 얼굴을 마주 보고 진심으로 그의 쾌유를 비는 문병을 하겠다는 뜻이다.

두 정치지도자의 만남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현대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회동이 될지도 모른다.

우선 동서화합의 기틀이 마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다.

지금 영호남 갈등의 골은 너무나 깊게 패여 있다.

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누군가는 끝장을 내야 하는데, 그 적임자가 바로 박근혜 전 대표와 DJ다.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이 국민들 앞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두 정치지도자가 진정으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역사적 화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영호남 갈등만큼이나 우리나라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게 바로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暗鬪)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화 세력의 대부(代父)격인 DJ와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장녀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박 전 대표가 지난 경선 과정에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손을 맞잡았던 것 이상의 파괴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만일 DJ가 우리나라 산업화의 근간을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을 인정해주고, 박 전 대표가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탄압을 받았던 민주인사들에게 선친을 대신해 위로의 말을 건넨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겠는가.

특히 두 정치지도자의 만남은 과거 대통령과 미래 유력 대통령 후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훗날 역사는 ‘통일의 주춧돌을 놓은 대통령’과 ‘통일을 완성한 대통령’의 만남으로 그들의 회동을 기록할지도 모른다.

친박 홍사덕 의원도 예전에 필자에게 “앞으로 100년 후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가운데 초대 대통령 이승만, 우리나라 산업화로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낸 박정희,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의 주춧돌을 놓은 김대중 등 세 분 정도가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그다음은 통일을 완성시킨 대통령이 기억되지 아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 대통령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동서화합을 이루고,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간의 역사적인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도자라면 충분히 남북간의 대립과 갈등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DJ 정권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002년 대북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조선중앙방송은 결혼하지 않은 그를 '여사'라고 불렀다.

물론 최고의 호칭이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요구한 많은 것을 들어주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남북철도연결사업,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북한축구대표팀 초청 등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당시로써는 이례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의로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북한 측이 박 전 대표를 국빈급 이상으로 대우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북측도 함부로 무시할 수 존재가 바로 박 전 대표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 전 대표는 동서화합은 물론 통일 대통령으로서도 가장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모쪼록 두 정치지도자의 만남이 영호남 갈등은 물론,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간의 암투 및 남북 대립까지 모두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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