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간 분열 완화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인터뷰 원 희 룡 한나라당 의원
고하승
| 2009-08-18 18:03:46
'서거' DJ, 온몸으로 현대사 만들어 역사 그 자체
李정부 입각기회 생긴다면 외면, 회피 입장 아니다
국민들 여론 지지땐 '선거구제 개편' 가능할 수도
미디어법반대 자칫 영역싸움으로 비춰져...찬성
시대정신은 국민통합...소통정치 통해 실현 가능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민주화라는 역사의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온몸으로 현대사를 만들었던 분이고 역사 그 자체이신 분”이라며 “지지 여부를 떠나 그분이 추구했던 민주화와 민족통일의 가치를 이어 받아 고인의 뜻을 피어나게 하는 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와의 인터뷰에서 “제주 평화 포럼을 다녀오던 지난 13일 저녁 병문안을 갔었는데, 그 때 인공으로 호흡을 하고 계신 상황이라 측근들만 뵙고 왔다”며 “쾌유되시길 바랬는데....”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명박 정부의 개각설과 관련, 하마평이 무성한 원 의원은 “일단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으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입장”이라며 “구체적으로 연락받은 게 없는 현재로선 언급할 말이 별로 없고 어차피 인사권자의 선택이니까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여당 일원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만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고, 국가운명을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면에서 적합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면하거나 회피할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원 의원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한 선거구제 개편 문제와 관련, “현행 소선거구제는 정당간 대립을 극단적으로 치닫게 한다”며 “분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에 대해 찬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역대립구도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도 중대선거구와 지역 비례대표제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지금처럼 텃밭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는 제도는 당론에 맹목적으로 충성하게 만들게 하는 폐단이 있다”며 “국민들도 텃밭에서 특정 정당을 고정 지지하는 바람에 정당 대립이 국민대립으로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행정구역개편)제안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한나라당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좀 더 진지하게 도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원 의원은 “물론 국회의원 이해관계가 직접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 못지않게 어려운 점이 있다. 실제로 쉽지는 않겠지만 특위에서 통과되는 과정이나, 국회의원 공개 토론하는 과정에서 (국민 앞에서)차마 드러내 놓고 반대할 수 있지는 않을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이같은 정황을 감안, 국민적 뜻을 모아 흐름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로 발언하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즉 국회의원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고 싶더라도 국민의 여론이 중대선거구제를 지지할 경우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
행정구역 개편 문제에 대해 원 의원은 “방향과 원칙이 뚜렷한 행정구역 개편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시키기엔 촉박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큰 틀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 진행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요성에 비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중요한 건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개편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개편한다면 광역단위로 통합을 촉진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행정단위 단계를 축소할 뿐만 아니라 기왕이면 지역주의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의원은 일례로 “남해안 전체, 즉 부산에서 목포까지를 아예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어 ‘바다 프로젝트’를 만들고, 새만금을 중심으로 충남 장항과 전북 군산을 묶고, 경기도 평택과 충남 아산단지를 중국을 향한 서해 특구로 묶는 등의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면 행정적인 경계선을 넘어가면서 빚어지는 각종 규제와 허가요건 등 다른 현실적 문제점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 의원은 “각 지자체가 광역으로 묶이면 묶일수록 인센티브를 더 많이 부여하고, 돈과 규제에 대한 권한까지 과감하게 이양하되 불참하는 경우 불이익을 받아 자연 도태되는 식으로 통합을 유도하면 지역특성을 살린 통합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아무튼 기존의 기득권과 칸막이는 없애면 없앨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인구 50만~100만명 정도 규모로 전국을 70여개의 광역시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 “인구수와 행정단위에 얽매인 관점이 있다”며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통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행정개편은 구역개편 뿐만 아니라 중앙권력, 특히 재정 권력과 규제권까지 어떻게 이양하느냐에 대한 방향성이 들어가야 한다”며 “자칫 획일적 개편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쇄신특위 위원장을 지낸 그는 당청 쇄신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먼저 “현재로선 쇄신특위가 당과 청와대에 요구했던 내용들이 쇄신특위에서 제안한 틀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쇄신안 요구 중 하나인 당헌당규 개정 문제와 관련, “당헌당규 개정 실무 작업을 위해 황우여 위원장 등 10명의 위원이 출범했는데, 쇄신특위에 참여했던 정태근(간사) 김선동(대변인), 장윤석 의원 등 3명이 쇄신특위 논의내용을 개정에 반영시키기 위해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공천 문제와 관련, “쇄신특위 안은 여론조사 또는 선거인단 경선을 통해서 상향식으로 공천하도록 하되 밀실공천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규정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전략공천도 국회의원 경우 3% (전국 6명 정도) 정도로 제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의 최고위원회 제도가 당의 논의구조상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중앙당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서 대표성과 논의의 참여 폭을 확대하도록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원 의원은 “쇄신특위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위 멤버로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특히 집중하는 부분은 국회 정쟁과 극단적이고 비생산적인 국회를 이번 기회에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원 의원은 “본회의장에 상정된 법, 즉 내용이 수정된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디어법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간에 칸막이를 없애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 추세다. 그 부분을 반대하는 건 자칫 영역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그래서 신문과 방송의 영역을 터서 미디어간의 경쟁, 수용자의 선택 폭을 넓히되 공영방송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원 의원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국민통합”이라고 답했다.
그는 “'통합'은 사회구성원들이 똑같은 의견과 생각을 갖고 일사분란하게 단일한 방향을 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다양성이 모여서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국민통합'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차이와 다양성을 생산적으로 녹여내 큰 전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국민통합'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소통의 정치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팽배해 있는 갈등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나와 다른 현장에서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가 경영능력과 국민통합 능력이 필요하고, 이게 바로 시대정신”이라고 거듭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때때로 외롭게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원 의원은 “정치라는 건 결국 뜻을 모아가는 과정”이라며 “외로운 목소리 뿐 아니라 이제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보다 겸손하고 포용력 있게 남을 돕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자면 먼저 치열한 자기 성숙 과정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원희룡, 그는...
소신 있는 정치인
“남들은 걱정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힘들었습니다. 농익지 못한 젊은 의원의 열정, 패기는 진정성을 의심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옳은 길을 걸어도, 혼자이기 때문에 외롭고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승리한 원희룡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그는 각 언론으로부터 차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지목될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정치인이다.
그런 만큼 그가 총선에서 힘든 선거를 치렀다는 고백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3선을 지낸 중진급 의원, 당 최고위원.
그럼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개혁소장파’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는다. 언제든 자신의 소신에 따른 -설사 당론과 배치된다 하더라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권의 몇 안 되는 개혁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진 마음 변하지 않고,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당장의 이익보다 큰 틀의 올바름을 기준으로 뚜벅뚜벅 가기 위함”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심지어 당으로부터 정체성과 진정성을 의심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정도.
그러나 그는 씩씩한 자신의 소신을 굽힐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개혁 보수 원희룡'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향해 날마다 진화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을 정치활동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그가 택한 자기수련의 방법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처음의 각오를 되새김질하며 스스로 담금질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그의 각오가 다부지다.
그리고 국민은 이런 그에게 갈수록 두터운 믿음을 실어주는 것 같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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