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화해’ 남기고 역사 속으로

병석서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메시지

고하승

| 2009-08-19 12:58:57

李대통령 "남북화해-국민통합 이뤄지길"

반기문 "침통,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

정세균 "국민 믿고 헤쳐가란 말 되새겨"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입원해 지난 18일 서거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상에서 한 달간 입원해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화해’ 메시지를 남겼다.

실제 지난 11일 병문안을 갔던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화와 민족화해를 향한 고인의 열망과 업적은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생전의 뜻이 남북화해와 국민통합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추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전 대통령께서 병석에서도 우리 사회의 화해를 이루는 계기를 만드셨다”며 거듭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유족들과 잘 상의해서 예우를 갖추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평생의 적이자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병원을 찾아 생전의 이별을 예감하듯 "화해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젠 그럴 때도 됐다”고 말했다. 오랜 애증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던 것.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일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자리에서도 “오랜 동지였고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평생을 함께했다. 화해도 경쟁도 없는 40여년을 함께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1980년 광주 민주화항쟁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민주화운동의 배후자로 지목,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한 당사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병원으로 달려갔고, 19일에는 임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굳은 표정으로 지하 2층에 마련된 임시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한 뒤 김 전 대통령 둘째 아들 김홍업 의원의 손을 잡고 "사람 일이 다 그런 것이 아니겠나.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감사합니다"고 화답했다.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당 관계자와 함께 조문을 와 "민주화의 거목이 가셨다. 현대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셨다. 마음속으로 깊이 애도하며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극인 손숙씨는 "병상에서도 화해의 정치를 하셨다. 모두가 마음을 비우고 화해를 하는 것이 대통령님의 소원이셨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를 계기로 화해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경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병원을 찾아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 인권과 남북관계 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노벨평화상을 받으신 김 전 대통령은 세계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침통해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 권양숙 여사는 오후 9시경 아들 노건호씨, 문재인 변호사와 빈소를 찾았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의지가 강해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애통하다"고 했고 이해찬, 고건 전 총리도 조문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당 지도부 20여명과 함께 와 "우리 당에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어려울 때 국민을 믿고 헤쳐나가라'는 말씀을 되새기겠다"고 전했다.

국민의 정부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무소속 신건 의원과 민주당 천정배ㆍ추미애ㆍ유선호ㆍ전병헌ㆍ원혜영ㆍ김영진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 임동원ㆍ정세현ㆍ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신중식 전 국정홍보처장, 김양 국가보훈처장 등도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았다.

또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은 시인과 백경남 동국대 명예교수, 한정일 건국대 명예교수 등 김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던 인사들과 함께 조문했다.

이밖에 김형오 국회의장,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도 장례식장을 찾아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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