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열리나?
북 제의설, 청와대 ‘일축’...정동영, 가능성 언급
고하승
| 2009-08-24 13:32:16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방남한 북한 조문단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북측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4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여권 핵심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입을 인용, 북측 조문단이 면담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를 희망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접견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체 거론된 바가 없었다"고 강력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부인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거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북측 조문단이 낭독한 구두 메시지에 정상회담의 직접 언급은 없지만 북측 조문단이 면담 도중 정상회담의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취임이후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 의지를 꾸준히 천명해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도 북측의 정상회담 제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북측이 고개를 숙여가면서까지 대통령 면담을 추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측의 남북정상회담 제의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은 취임식 때 "남북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고 말했고, 지난해 4월 CNN과 인터뷰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주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언급하는 등 지금까지 4번이나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했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최근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측이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화답형태의 정상회담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정 의원은 북측 조문단과 조찬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대화로 풀지 못할 게 뭐 있겠느냐,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도 하는 게 좋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측의 반응에 대해 “김기남 비서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역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도자의 결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지도자라는 표현 속에는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통틀어서 말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의원은 이번 특사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강력하게 요청을 했고,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대해 “분명한 것은 북측은 남쪽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이제 우리하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어제 접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도와주고 인도적 지원은 열린 자세로 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열린 태도로 유연하게 언제 어떤 수준의 대화도 할 수 있지만 과거처럼 이른바 끌려 다니는 식이나 국면전환용 대화는 하지 않는다"며 "이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자 대북관계에 있어서의 근원적 처방"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로써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접견에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체 거론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거듭 확인한 셈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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