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베라… “지나친 비하” vs “건전한 비판”

'한국 폄훼’ 논란 놓고 네티즌 갑론을박’

차재호

| 2009-08-25 18:48:20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독일인 베라 호흘라이터(사진)가 한국 폄훼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을 비하하는 책을 썼다는 시비가 그녀의 블로그로 옮겨붙으면서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 한국 비하로 요약되는 베라 시비는 자신을 유학생이라고 밝힌 누리끈의 글에서 비롯됐다. 베라가 자국어로 출간한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Schlaflos in Seoul)’에서 한국을 심하게 깎아내렸다는 주장이다. 목소리 크고 남 헐뜯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부정적인 측면을 책 전반에 깔아두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베라는 펄쩍 뛰었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내 책의 내용을 잘못 번역해 올린 것”이라며 발끈했다. 한국 폄훼 시비가 번역 논란으로 불거지게 된 계기다.

베라 논란을 부른 그 유학생의 번역에는 감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책의 일부만 번역,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우를 범했다며 베라 옹호론이 고개를 내밀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책 본문 전체를 번역해 올리기 시작했다.

논란은 다시 베라의 온라인 잡지 블로그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넘어간다. 원어민에게 자문해 번역했다는 또 다른 누리꾼의 번역은 앞선 베라 옹호론을 또 다시 뒤집는다. 책에서 시작한 베라 논란이 인터넷을 매개로 블로그로 전이되고 있는 양상이다.


베라가 한국에서 겪은 생활들을 일기처럼 풀어낸 블로그다. “서울은 아름답지 않다”, “한국인들은 우스울 정도로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운다”, “매너 없는 태도, 자기들 말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고집, 고정관념 등이 한국의 단점이다”는 생각들을 적었다.

제3자인 독일인이 평가한 한국의 현 주소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지나친 애국심에 따른 배타주의적 태도가 베라를 몰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건전한 비판 수준이었다는 옹호론이 여전하다.

하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으로 비쳐진 베라에게는 또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자국으로 돌아가 반한 감정을 분출했던 일본인 미즈노 순페이(水野俊平)와 곧잘 비교되는 까닭이다.

베라 논란은 번역에 따른 기술적인 시비를 넘어서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에 맞선 애국주의, 열등감 같은 총체적인 사회 문제들이 베라의 한국 폄훼 논란을 에워싸고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