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정부-4년 중임 대통령제' 제안
국회 헌법연구 자문위 발표
문수호
| 2009-08-31 18:23:29
국회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종인)가 31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적합한 정부형태로 ‘이원정부제’와 ‘국무총리 없는 대통령제’를 동시에 제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결과보고를 발표하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된 이래 20여년에 걸쳐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신장하고 권위주의 청산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헌법개정 이후 정치·경제·사회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되었고,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의 문제가 노정되어 왔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자문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총 15차례의 전체위원회와 16차례의 분과위원회, 3차례의 소위원회를 개최하여 현행 헌법에 대한 다양한 개정의견을 검토하고 각 헌법기관,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왔다.
그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권력집중이 가져오는 헌정운영상의 폐해, 5년단임제가 초래한 정치적 책임성의 약화, 지나친 권력경쟁으로 인한 국민적 통합의 저해와 같은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제적 요소와 내각제적 요소가 혼재함에 따라 나타나는 모순, 사법부의 독립성 결여, 헌법재판의 불완전성 등을 보정하여 현행 헌법의 완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자문위는 적합한 정부형태로 ‘이원정부제’와 ‘대통령제’를 동시에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원정부제’에 대해 “행정권 즉 집행권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분점하는 정부형태”라며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무총리 임명권·계엄권·국회해산권·법률안 재의요구권·국민투표 부의권 등을 행사하고 국무총리는 행정권의 수반으로서 일상적인 국정전반통할권과 내각구성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가 행정권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국회(하원)에 내각불신임권을 인정하되 불신임시 미리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건설적 불신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
‘대통령제’에 대해 김위원장은 “대통령제 원형에 가까운 정부형태로서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국정 전반을 통할하는 행정수반의 지위를 갖는다”면서 “현행 대통령제와의 차이점은 국회의원의 각료직 겸직을 금지하고, 기존의 국무총리제와 국무회의는 폐지하며,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는 등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배제하고 권력분립적 내용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임기는 4년 중임제로 하여 국정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부통령제를 도입하여 대통령의 궐위·사고로 인한 승계 또는 권한대행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헌법개정의 시기에 대해 김위원장은 “정치적 논쟁이 치열한 선거철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헌법개정 논의가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도록 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개헌논의 주체에 대해 “헌법개정의 민주적 정당성을 위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논의와 발의를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즉 국회가 개헌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본권 강화와 관련, 김 위원장은 “정보기본권을 명문화하며, 인권보장의 세계화 추세를 고려하여 정치적 망명권을 신설하기로 했다”며 “평등권의 강화를 위해 출생·인종·연령·정치적 신조 등 차별금지 사유를 추가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상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해 해석상 인정되고 있던 사상의 자유를 명문화하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그 명칭을 표현의 자유로 하면서 종전의 제한규정은 삭제하기로 했다는 것.
또한 적법절차원리를 국가의 모든 공권력 작용에 대한 헌법의 기본원리로 규정해 기본권의 절차적 보장을 강화하고, 입법·행정·사법 등 모든 국가기관이 기본권에 구속됨을 명시,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형사피고인 외에 형사피의자의 경우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군인 등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조항을 삭제하며,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설치하지 않고 전시와 비상계엄시에만 군사법원에서 군사재판을 하도록 해 기본권의 사후적 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를 제외한 나머지 의무는 헌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자문위는 국회를 양원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현 단원제 국회를 양원제 국회로 변경함으로써 의회내의 상호견제를 통하여 의안심의 과정의 신중성을 높이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극단적인 대립 상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며, 임시회와 정기회의 구분 조항을 삭제하여 국회를 상시화 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보다 실질화 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재정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재정의 장(章)을 신설하여 재정 관련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도록 하는 한편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여 국가재정에 관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사법제도와 선거관리제도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사법제도의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법원장·대법관 및 헌법재판소장·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 외의 자에게도 개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를 ‘법원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로 함으로써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배심재판의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사법제도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법률의 위헌성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도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있는 추상적 규범통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 사유의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 및 국사재판(國事裁判)의 성격을 갖는 국민투표재판과 선거재판은 헌법재판소가 관할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선거관리제도와 관련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한 지방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의 범위를 넓히고,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 근거를 헌법에 두기로 했다.
이밖에 ‘청구권적 기본권’은 다른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그 순서를 ‘사회적 기본권’다음에 규정하고 재산권 규제관련 조항은 통합하는 등 일부 헌법편제를 정비했으며, 현행 헌법의 법문표현을 어문규범에 맞게 정리하고 일본식 표현을 배제하는 등 헌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순화하기로 했다.
헌법연구 자문위원회는 향후 헌법개정 논의시에 참고할 종합연구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9월4일 국회의장 및 각 정당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13명의 헌법 및 정치·행정 관련 학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장 자문기구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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