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昌, 밀실 야합의 참담한 결말

편집국장 고 하 승

고하승

| 2009-09-03 14:40:08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그리고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간에 벌어지고 있는 ‘진실공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명박 정부가 2기 개각을 단행하면서 이른바 ‘통합형 총리’라는 명분아래 ‘심대평 총리 기용론’이 탄력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를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이 총재, 심 전 대표가 서로 얽혀 구질구질하게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

먼저 이 대통령은 ‘심대평 카드’가 무산 된 것을 이 총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자신에게 강소국 연방제를 약속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는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 약속을 못했고, 그래서 심대평 총리 제안이 없던 게 되고 말았다는 것.

한마디로 이 총재가 되지도 않을 요구를 해서 심대평 총리 기용을 방해했다는 뜻이다.

실제 ‘강소국 연방제’는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개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 말이 사실이라면, 이 총재는 불가능한 약속을 명분으로 심대평 총리 기용을 훼방 놓은 것이 된다.

그런데 이 총재의 말은 다르다.

그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MB에게 강소국 연방제를 요청한 건 맞지만, 그보다는 충청권 최대 현안인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소국 연방제 문제로 들어가기도 전에 협상이 깨졌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야당의 대표최고위원이 총리로 가려면 정당 간에 정책공조나 정치연대 같은 틀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현안인 세종시 문제 원안추진과 장기적인 과제로서 강소국연방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청와대가 ‘중간자’를 통해 두 가지 조건 모두 들어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MB와 이 총재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심대평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청와대가 세종시는 원안대로 해주겠다고 하더라, 이런 말을 이회창 총재한테 직접 들으신 적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난 6월 20일 여야 영수회담 결과를 주요당직자회의에 와서 공개적으로 보고를 한 적이 있고, 또 세종시의 정상추진을 위해서 대통령한테 요청을 했는데 대통령께서 지금 세종시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축소하거나 변질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원안추진을 약속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또 공개적으로 그런 홍보도 했다”고 밝혔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이 총재를 따로 은밀하게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자유선진당은 이를 적극 홍보했다는 것.

이런 전후 사정을 비춰 볼 때, 이 총재가 말귀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와 관련해 어떤 약속을 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심 전 대표가 “대통령과 직접 면담해서 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대통령을 의심하고, 그리고 세종시 문제를 가지고 총리와 연결시켜서 무슨 보장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을 중간자와 논의를 해서 그걸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 참으로 속 좁은 정치”라고 이회창 총재를 꼬집은 것을 보면, 그도 MB가 그 같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다.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으며, 강소국연방제는 더더욱 가능성이 없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밀실대화에서 오간 둘 사이의 야합은,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서로 “네 탓”공방을 벌이는 3인의 모습은 정말 추하다 못해 역겨울 정도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고, 야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느냐 하는 게 아니다.

그 내용이야 어떻든 두 정치 지도자가 밀실에서 은밀하게 어떤 거래를 시도 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호남을 견제하기 위한 ‘영남-충청 연대’이든, 민주당을 겨냥한 ‘한나라-선진당 동맹’이든, 아니면 박근혜를 포위하기 위한 ‘MB-昌 연합’이든, 두 지도자가 밀실에서 야합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 3인의 정치지도자는 국민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진실공방전을 당장 중지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어떨까?

끝으로 경고하거니와 정치권의 밀실야합은 이번 ‘MB-昌 결합’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것처럼, 앞으로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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