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VS沈 '총리기용 무산' 說戰 점입가경
昌-沈 진실공방 계속 이어져 파문 확산 조짐
고하승
| 2009-09-03 15:05:13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총리 기용 무산을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및 심 전 대표 사이에 진실공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이회창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를 약속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 약속을 못했고, 그래서 심대평 총리 제안이 없던 게 됐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진수희 의원의 입을 통해 전해지자, 이회창 총재가 발끈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마치 되지도 않을 요구를 해서 총리 기용을 방해한 것처럼 그런 방향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했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강소국 연방제를 요청한 건 맞지만, 그보다는 충청권 최대 현안인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소국 연방제 문제로 들어가기도 전에 협상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대평 전 대표는 “이회창 총재가 여야 영수회담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직접 약속 받았다고 말해놓고, 다시 청와대가 거부했다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등 '심대평 총리' 카드 무산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계속 이어지면서 파문이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3일에는 이 총재와 심 전 대표가 각각 다른 방송에 출연 신경전을 볼이기도 했다.
◇이회창 총재= 이회창 총재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자신이 발언한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두 가지 얘기를 했다. 우선 야당의 대표최고위원이란 분이 총리로 가려면 어떻게 그냥 갈 수 있느냐? 그러니 뭔가 정당간에 정책공조나 정치연대 같은 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건으로 현안인 세종시 문제 원안 추진과 장기적인 과제로써 강소국연방제를 얘기했다. 그랬더니 두 가지 다 들어줄 수 없다고 온 거다. 두 가지 다 거부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대평 전 대표가 최근 “세종시 추진 문제는 자신이 총리로 들어가서 이회창 총재와 함께 협의하고 지역의 민의도 들어가면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냐, 그런 정도로 청와대가 답변한 것 같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그 양반, 협의 내용은 자기는 잘 모른다고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얘기하느냐? 청와대에서 따로 얘기 들었나? 제가 청와대측, 즉 중간자로부터 그 얘기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확인을 했다. 즉 세종시 문제를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그러니까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며 “그렇다면 심 대표를 이용해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심 대표를 불쏘시개를 삼는 것이고, 심 대표 뿐만 아니라 우리 당까지도 불쏘시개가 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얘기한 것은 그 중간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심대평 전 대표는 “국무총리가 세종시추진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에 자신이 국무총리를 맡게 되면 여러 가지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갈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사후에 상황을 놓고 평가 분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다. 원안대로 추진을 안 하는데 그 대신 심 대표가 지역구 의원이기도 하니까 총리로 해서 이 문제를 원안대로 추진 안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저는 심 대표에게도 그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총리로 간다면 이건 오히려 충청권에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총리직을 받고 이용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이건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 전 대표가 전한 말로는 이회창 총재와 지역민의도 들어가면서 원안대로는 안 되더라도 총리로 자신이 들어가서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느냐 라는 그런 뉘앙스였던 것 같다”는 사회자의 발언에 “지금 총리제의를 놓고 원안추진대로 안 할 것 같은 얘기가 돌고 심 대표가 총리로 들어와서 그 부분을 정부 의지대로 어떻게 조정해 갈 것처럼 얘기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점을 지적하고 반대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를 원안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강소국 연방제와 관련, 심 전 대표가 “장기적인 국가과제일 뿐인데, 이것을 총리임명 문제와 연관 짓는 것은 명분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이 총재는 “그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강소국 연방제는 우리가 총선 당시에 국민대약속으로도 얘기했다”며 “헌법개정은 뒷단계로 하고 전단계로서 법률개정으로 가능한 권한이양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법안을 만들어서 우리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로 내놨다. 그 법안에 심 대표도 포함돼 있다. 우리 당 전원이 포함됐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위한 방안의 실천단계로서 법안을 이미 내놨다. 21세기 우리 국가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그렇게 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고 우리 당원들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대표를 이른바 통합형 총리로 영입한다는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의 주머니 안에 있는 당으로 생각하기 전에야 어떻게 그런 생각 할 수 있느냐?”고 발끈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정책공조나 연대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인데 청와대는 전혀 그런 공조의 틀에는 동의하지 않고 그냥 심 대표를 총리로 하겠는 뜻인 것 같아서 최소한 세종시 문제 같은 거라도 짚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세종시를 팔아먹었다는 얘기 듣는다, 그건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대평 전 대표= 이날 심대평 전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회창 총재를 겨냥해 “본질이 무엇인지 반성하지 않고 네 탓이냐 내 탓이냐 누구 탓이냐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려는 자세, 이게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그런 내용을 전혀 다른 사람이 모르는 데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분명히 비공개 의원총회였지만 거기서 얘기한 것이 언론에 보도가 됐으니까 세종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실인 것 같고, 강소국 문제 거론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혹시 청와대가 세종시는 원안대로 해주겠다고 하더라, 이런 말을 이회창 총재한테 직접 들으신 적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난 6월20일 여야 영수회담 결과를 주요당직자회의에 와서 공개적으로 보고를 한 적이 있고, 또 세종시의 정상추진을 위해서 대통령한테 요청을 했는데 대통령께서 지금 세종시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축소하거나 변질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원안추진을 약속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또 공개적으로 그런 홍보도 했다”며 “제가 생각할 때는 대통령과 직접 면담해서 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대통령을 의심하고, 그리고 세종시 문제를 가지고 총리와 연결시켜서 무슨 보장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을 중간자와 논의를 해서 그걸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 참으로 속 좁은 정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회창 총재가 한 번 대통령께 직접 들은 게 있으면 그걸 믿었어야 한다는 이 부분을 지적하는 거냐”는 물음에 “당연히 믿고 조정해야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심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심대평을 빼놓고 세종시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신행정수도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지금 세종시 탄생이 눈앞에 와있지 않느냐? 제가 총리직을 걸고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고 배수진을 치고, 대통령과 협의해서 주민들한테 실망도 안 시키고 국가가 바라는 방향으로 세종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제 소신을 밝혔었다. 또 더 책임 있게 세종시를 추진해 나가려면 제가 총리가 되어서 세종시추진위원장이 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심 전 대표는 이회창 총재가 전날 심 전 대표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공개적으로 복당을 요구한 것에 대해 “충청인들에게 들으라고 한 립 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왜곡해서 언론플레이 해가지고 당 대표의 인격을 완전히 죽여 놓고는 이제 와서 그것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는 없고, 탈당도 내가 총리로 못 가게 되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총리소동’이라는 말로 폄하했다”며 “제가 오죽하면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으로 당을 운영했다고 했겠느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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