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박근혜 대항마’ 꿈 깨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차재호
| 2009-09-06 11:34:27
'9·3 개각'으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이날 청와대가 국무총리 등 6명의 장관을 내정했는데, 특히 신임 국무총리에 충청 출신(충남 공주)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전격 내정됐기 때문이다.
정 총리 내정자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왔던 인물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효과와 실효성을 줄곧 문제삼아왔다.
이에 따라 각 언론은 그를 ‘반(反) MB’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하는가 하면, 그를 민주당 쪽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정 전 총장은 그동안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민주당 ‘영입 1순위’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또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원외의 김근태, 손학규 전 의원과 당 밖의 박원순 변호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과도 만나서 뉴민주당 플랜의 취지와 작업과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민주당의 향후 방향에 대해 정운찬 총리 내정자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말이다. 그를 민주당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까지도 ‘정운찬 = 민주당 사람’이라는 인식을 당연시 하고 있다.
시사 주간지 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정 전 총장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상정해 놓고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상대결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인물이 이명박 정부 2기 총리로 내정됐으니, “의외의 인사”라며 정치권이 술렁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사실 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앞서 필자는 지난 6월 11일 ‘정운찬, 당신의 정체성은 뭐요?’라는 제하(題下)의 칼럼에서 “민주당이 용도 폐기처분한 ‘정운찬 카드’를 이명박 대통령이 주어들고 마치 횡재라도 한 양 ‘싱글벙글’거리고 있다”며 ‘정운찬 총리설’을 제기한 바 있다.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나돌 때에도 필자는 그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었다.
그러자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대우해줘야 하는데, 그것은 이 대통령의 성격상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마치 그가 차기 유력대권주자라도 되는 것처럼 각 언론이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그는 이미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민주당에서 버릴 정도면 알만하지 않는가.
실제 지난 6월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결과, 정운찬 내정자는 소리만 요란할 뿐, 별로 ‘쓸모없는 카드’라는 게 입증된 바 있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참혹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각각 45.9% 대 38.2%와 43.8% 대 33.8%로 모두 한나라당 후보인 오세훈 시장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와 같은 외부 인물을 영입해 후보로 내세우는 경우도 역시 42.3% 대 35.3%로 오 시장을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정운찬 전 총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36.6% 대 31.4%로 오 시장에게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운찬 내정자는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는 물론 오세훈만큼도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그의 영입에 공을 들이지 않았고, 그 틈을 노려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영입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버린 카드를 이 대통령이 “얼씨구나, 이게 웬 횡재야”하며 주은 셈이다.
따라서 그가 영남권에서 불어오는 ‘박근혜 대세론’을 충청권에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그가 ‘박근혜 대항마’로 친이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될 것이란 각 언론의 분석은 틀렸다.
다만 ‘정운찬 총리카드’가 자유선진당을 분열시키는 카드로 멋있게(?) 사용됐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사실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나 심대평 전 대표가 왜 이리 한심해 보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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