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MJ, ‘화려한 新婚’의 꿈

편집국장 고하승

고하승

| 2009-09-09 15:42:00

이명박(MB) 대통령과 정몽준(MJ) 한나라당 대표를 보면 마치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서로 좋아 죽고 못 사는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개헌논의에 힘을 보태줄 각오가 되어 있음을 기꺼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대표직 취임 하루 만인 9일 전격적으로 첫 당청 회동을 주재, 정몽준 대표 체제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그를 향해 “당이 활기차 보여서 좋다. 정 대표는 만능 스포츠맨 아니냐. 당이 젊어 보인다”며 한껏 추켜세우는가 하면, 정 대표는 “앞으로 당·정·청의 소통과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은 조찬을 끝내고 배석자 없이 정 대표와 20분 정도 독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혼의 달콤한 시간을 단 둘이 즐긴 셈이다.

앞서 정 대표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 취임 기자회견에서 “개헌 논의, 선거제도, 행정체제 개편 등 하나하나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제”라며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의 유불리를 떠나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한 정치개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이루기 위한 특단책으로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 방안을 제안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개헌시기와 관련, 지난 2일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개헌을 한다면 앞으로 1년 안에 해야 한다”고 그 시기를 못 박은 바 있다.

따라서 정 대표의 ‘정치개혁’ 발언은 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한나라당 대표로서 개헌논의에 박차를 가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개헌은 어떤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직접 대화가 가능한 핵심 친이 인사인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 친이 진영 인사들은 대부분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안 원내대표는 한 토론회에서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5년마다 한 번씩 정치권이 홍역을 치르고 국회가 늘 대리 전쟁터가 된다”면서 “‘4년 중임제’ 보다는 ‘분권형 대통령제’ 로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그는 친박 진영에서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 “‘분권형 대통령제하에서 4년 중임제는 허용될 수 있겠으나, 현재 상태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즉 ‘이원정부제+4년 중임제’로 개헌이라면 몰라도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정 대표가 개헌논의에 박차를 가하겠다면, 그것은 바로 이원정부제로의 개헌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면 정 대표 자신이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거나, 적어도 ‘얼굴마담’ 대통령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청와대 독대 자리에서 이 같은 대화가 오고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약속이 있더라도 실현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를 하고 나온 이회창 자유선진당의 처참하게 무너진 꼴을 보면 정 대표의 최후가 어떨지 대충 짐작이 가가도 남는다.

당시 이 총재는 무척 들 떠 있었다.

이른바 ‘심대평 총리론’이 강하게 제기된 것도 그 이후다. 그러나 당시 둘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이 총재는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 등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지고 말았다.

만일 정 대표 역시 이 대통령과의 어떤 은밀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그 결말은 불 보듯 빤하다.

이회창 총재가 처한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더구나 지금은 공성진 최고위원 등 이재오계 의원들이 정 대표를 향해 잇달아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했다가는 대권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큰 상처만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굴하게 MB 앞에 머리를 조아리기보다는 차라리 정공법을 써라.

즉 당헌당규에 따라 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어떤 형식으로든 당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당권과 대권의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토록 하고, 당내 개헌논의의 방향을 선회시켜서 대통령 중심의 4년 중임제 개헌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라는 말이다.

거듭 경고하거니와 자칫 신혼의 달콤한 꿈에 젖어 현실을 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꿈은 꿈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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