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수공 수행은 위법-부당”
김성순 의원, “정부, 수공 검토 의견 묵살” 지적
고하승
| 2009-10-06 15:27:17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수행하는 것에 대해 ‘하천법 및 수자원공사법상 수자원공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일로 부적절하며 위법·부당’하다고 했으나, 정부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정부는 수자원공사에게 4대강 사업 SOC예산의 15조4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8조원 규모를 자체사업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4대강 사업 중 33개 공구에 사업비 7조 7115억원과 설계보상비와 감리비 2885억원 등 총 8조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이에 앞서,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우현지산, 법무법인 한길, 수공 자문변호사 등에 4대강 하천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의뢰한 결과 하천법 및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민주당 김성순의원(국토해양위·송파병)은 6일 국토해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애용이 담긴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수자원공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4대강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수행하기로 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8조원 투자에 대한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는 것은 공사의 재무부실을 초래할 중대사안에 대해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그는 “법적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아니하고, 4대강 사업의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부담을 수자원공사에 전가한 것은 정부의 부당한 횡포로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로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수자원공사의 ‘하천사업의 자체사업 가능여부’ 검토자료에 의하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중 일부 하천사업을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시행함에 있어 하천공사는 하천법 제8조·제27조 및 제92조에 따라 하천관리청인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시행하고, 같은 법 제28조에 따라 지자체 및 수공은 이를 대행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바, 수자원공사법 제9조, 제10조 및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수공이 하천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검토의견으로 ‘자체사업 추진곤란’으로 결론지었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은 하천관리청의 하천관리사업에 해당하며, 하천관리청 외의 자는 예외적으로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공사 및 관리권한을 부여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수공의 경우 수자원공사법 제9조·제10조·제26조에 따라 이수목적의 수자원개발시설을 설치·관리하는 권한만 행사할 수 있으며, 공사법에 따라 이수목적의 하천공사 및 관리권한을 부여받은 수공은 종합하천관리사업인 4대강 사업을 수공의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치수사업은 공사법 제9조의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수공은 수자원의 종합개발을 통한 생활용수 등의 원활한 공급으로 공공복리를 증진할 목적으로 설립되고(공사법 제1조),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수자원의 종합적인 개발·이용시설의 건설 및 운영·관리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제9조), 4대강 사업 중 홍수조절을 위한 치수사업 등 이수목적이 아닌 하천사업은 생활용수 등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공사의 설립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입이 없는 4대강 사업은 공기업의 사업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수공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 중 준시장형 공기업으로서, 댐·수도 등을 설치해 국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그 사용료 수입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공공복리사업으로서 특정수혜자의 부담으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사업이므로 공공기관법에 따른 준시장형 공기업인 수공이 시행하는 사업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
수자원공사는 이러한 점을 감안한 ‘종합 검토의견’으로 “4대강 사업은 하천의 보전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하천관리사업으로서 하천관리청의 책무에 해당하는 사업이므로, 수자원시설의 설치·관리를 통한 원활한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수공의 사업범위에 부합되지 아니하고, 동 사업이 특정수혜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공공복리사업임에 따라 사업수입을 전제로 설립된 공기업인 수공의 사업으로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을 수공의 자체사업이 아니라 하천법 제28조에 따라 하천관리청의 대행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한편 김성순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법무법인 등에 의뢰한 ‘수공 자체사업에 대한 변호사 자문의견’도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정부법무공단’은 검토의견으로 “하천시설에 대한 시설관리권 등이 없는 수공이 하천관리청과 같은 지위에서 하천공사를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 어려우며, 공사법상 수공의 사업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것만으로 하천공사가 수공의 독자적인 사업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4대강 사업은 수공의 독자적인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법무법인 우현지산’에서는 “공사법 제26조 규정은 하천공사 자체가 수공이 수행하는 사업범위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수공의 사업에 연계돼 그 사업의 일부분으로 하천관리 및 하천공사가 포함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4대강 사업은 수공이 수행하는 사업의 일부분으로 포함될 수는 있으나, 수공의 사업범위에 포함되기는 어렵다”며 “수입 없는 하천사업의 자체시행은 수공의 설립취지 및 경영상황에 어긋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한길’에서는 “수공의 사업범위를 정하는 공사법 제9조는 예시적 규정이 아니라 열거적 규정이며, ‘그밖에 수자원의 개발·이용시설’의 범위는 치수시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국토해양부장관의 대행 의뢰 없이 수공이 치수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자문변호사는 “공사법과 하천법의 해석상 4대강 사업은 공사법에서 규정한 사업목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민법의 해석상 원칙적으로 법률 및 정관으로 정한 목적범위 외의 사업을 하는 경우 이에 대한 법률적 효력은 무효라고 하여야 하는 바, 수공의 4대강 사업의 자체시행의 경우 최악의 경우 이러한 법률적인 쟁점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처럼 정부법무공단, 법무법인 우현지산, 법무법인 한길, 수공 자문변호사 등이 한결같이 ‘4대강 하천사업의 수공직접 수행은 위법·부당하다’했고, 심지어 ‘수공의 목적범위 외 사업에 대한 법률적 효력은 무효’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면서 “수자원공사는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자문을 거쳐, ‘수자원공사 자체사업 수행이 부적절’하며 ‘정부의 대행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짓고 의견을 국토해양부에 공문으로 전달하였으나, 국토해양부는 이를 묵살하고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투자하도록 하는 등 매우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하천법과 수자원공사법에 위배하여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4대강 사업을 직접 수행하도록 부당행위를 한 것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여,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의법 조치하는 등 일벌백계하여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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