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보살’… 로맨틱코미디 부활 예감

박예진·임창정 주연… 스토리 뻔하지만 ‘웃음+감동’ 만점

차재호

| 2009-11-01 19:57:47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간단한 논리의 코미디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란 정답 없는 질문에 무녀를 대입했다. 족집게 보살도 자신의 앞날은 내다보지 못한다는 코미디로 그 해답을 찾는다.

영화는 코미디 장르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로 코믹한 이미지를 쌓은 박예진은 청담보살만의 콧소리를 잘 살렸다. 원맨쇼 코믹물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노련한 상업영화는 주변 인물들도 잘 활용하고 있다. 박휘순, 현영 등 카메오들의 등장은 극의 내용과 무관하지만 생뚱맞지는 않다.

직업은 무당이지만, ‘태랑’(박예진)은 커리어 우먼이다. 서울 청담동에 터를 잡은 럭셔리 점집 살롱 명당자리에 앉아 값비싼 미래 예언의 대가를 받는다. 평범한 집에 대나무 깃발을 꽂은 여느 점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런 영화적 설정은 20대 관객에게 어필할 만 한 칙릿류 느낌을 만들어낸다.

임창정이란 교집합이 청담보살을 영화 ‘색즉시공’과 겹쳐 보이게 한다. 색즉시공에서 색(色)을 뺀 코미디 청담보살은 주변 인물들로 코믹함을 이끌어내고,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감동 스토리를 찾아간다. 이상형 남자는 그녀를 배신하고, 별 볼일 없지만 선량한 남자를 찾아간다는 뻔한 스토리가 두 영화를 엮는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웃음 포인트가 담겼다.


책에서 발췌한 듯한 명언들을 폼 잡고 잘근잘근 씹어가며 낭독한다.

일상 대화체와 별개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용되는 문어체 문장들을 때마다 밑줄 그어주는 센스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김수미는 웃음 비중에서만큼은 주연급이다. 점집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콩트 같은 웃음을 던지고 간다.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다가 갑자기 역행을 선택하는 영화는 반전마저도 뻔하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그래서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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