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親盧, 모두 틀렸다

편집국장 고 하 승

고하승

| 2009-11-15 16:15:08

(편집국장 고 하 승)

세종시 ‘원안사수’를 위해 친박(친 박근혜) 진영과 친노(친 노무현) 진영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운찬 총리와 한나라당내 친이 그룹 등 당정청이 하나로 ‘똘똘’ 뭉쳐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세종시를 사실상 백지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친노계의 ‘원안사수’ 움직임은 국민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 동기는 서로 달랐다.

우선 친박계는 ‘도리와 명분’ 때문에 ‘원안추진’이라는 입장인 반면, 친노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이자 대한민국의 숙원이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원안+알파’입장을 밝히면서 그 이유를 ‘정치신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그것이 정치인의 도리이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4일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90회 생일을 맞아 경북 구미 상모동 생가에서 열린 '탄신제'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기업형 도시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제 생각은 분명히 얘기를 했다"며 "똑같은 질문을 하는데 다른 얘기가 나오겠는가"라고 원안 고수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친박계 이정현 의원도 “도리와 명분 모두에서 원안대로 가야 한다”며 “도리는 십 수개월간 수십 차례의 여야 협의로 결정된 사안이란 점과 새 정부에서도 이의 없이 2년간 예산이 편성·집행돼 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정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친노계 입장도 마찬가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당내 기구인 `세종시 원안추진 촉구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세종시 수정 저지에 나섰다.

이미 그는 지난 7∼14일 충청권 16개 전 시.군을 돌며 `세종시 백지화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 등 길거리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범친노계 모임인 `시민주권모임'(대표 이해찬)도 오는 17일 충남 연기군에 총집결, 세종시 문제에 대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원안추진’에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친박계처럼 ‘국민에 대한 도리’이거나 ‘정치신뢰’ 때문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이기 때문이라니,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다.


실제 안희정 최고위원은 "세종시는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이자 대한민국의 숙원"이라며 "반드시 원안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물론 ‘원안추진’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친박계나 친노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 역시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그럼에도 당정청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이 수정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국가백년대계’를 운운하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이다.

진정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면, 세밀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고, 따라서 일주일마다 그 계획이 변경되는 터무니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운찬 총리가 어떤 발언들을 해 왔는가.

그의 발언들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그는 총리 지명을 받자마자 세종시 비효율성을 거론하며 원안 추진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가, 지난 11일에는 "수정 보완안을 국민 앞에 내놓았을 때 국민이나 충청권 주민들이 이를 거부하고 원안대로 하자고 하면 원안대로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래서 정 총리가 수정안을 거둬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 총리는 하룻만인 다음날 국회에서 홍재형 의원의 세종시 관련 대정부질의 답변을 통해 "문제가 많은 세종시를 지금 그대로 놔두는 것은 중부 지역에 둥그러니 도시 하나 만드는 것밖에 안됨으로 국가적 이익의 장기 측면에서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수정론으로 다시 회귀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면, 국가백년대계 때문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분히 어떤 정치적 목적때문에 당정청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면서 까지 수정안에 목을 매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하는 게 맞다. 그러나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상식을 뒤엎는 친이(親李)계의 수정 추진 주장도 잘못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이기 때문에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친노(親盧)계의 주장 역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그것이 명분상 옳기 때문에 원안+알파를 추진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입장에 적극 지지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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