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지금의 민심은 ‘反 MB’다

고하승

| 2009-11-16 12:42:28

편집국장 고하승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의 민심은 한마디로 ‘반(反)MB’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 국민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우선 세종시 문제를 보자.

MBC가 지난 15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MBC가 코리아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였다.

그 결과 원안을 고수하자는 입장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정해야'한다는 응답자가 46.3%, '원안대로 해야 한다'가 44.7%로 불과 1.6%P 차이로 오차범위 내다.

얼핏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수정안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하게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다.

수정론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한 이른바 '원안+알파'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안+알파'에 대해 국민들은 56.4%가 찬성했고, 반대는 34.4%에 불과했다.

즉 “수정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존의 원안에 자족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에 찬성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생각을 지지하는 국민은 결국 '수정해야'한다는 응답자 46.3% 가운데 '원안+알파'를 반대하는 34.4% 뿐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 뜻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문제만 그런 게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이른바 ‘4대강삽질’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는 4대강사업 역시 국민들은 반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효과가 의심되므로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56.1%로 국민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생각처럼 '이미 예산이 투입됐으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29.7%에 불과했다. 나머지 14.2%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목을 매었던 미디어 관련법 역시 마찬가지다.

MBC가 지난 1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미디어법과 관련 '헌법재판소가 입법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한 만큼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66.5%로 '개정 불필요(25.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즉 국민들은 미디어법을 재개정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이나,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개정은 이 대통령이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들 모두를 반대하고 있다. 어쩌면 국민들은 이 대통령을 향해 “이제 아무 일도 벌이지 말고, 임기나 잘 마치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한나라당 내 친이 세력들은 ‘백년대계’를 운운하면서 막무가내다. 법도 형식도 절차도 모두 무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 “백년대계”라는 발언을 하자, 친이 추종자들은 그가 추진하는 모든 일에 이 단어를 갖다 붙이며 무조건 밀어붙일 태세다.

심지어 안상수 원내대표는 엄청난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4대강 사업도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실제 그는 지난 11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4대강 사업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대업”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밀어 붙여야 한다는 것.

국민이 모두 “노(NO, 반대)”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만 “예스(YES, 찬성)”라고 하고 있으니, 정말 걱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反 MB’ 정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게 지금의 민심이다. 만일 이 같은 민심을 거역하면, 조기레임덕 현상의 가속화로 정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진정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다면, 이제는 제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