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미술시장에 난리 났다?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김유진

| 2009-11-18 14:54:33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어이, 친구. 요즘 미술시장 난리 났다며. 재미 좀 봤어?"

대학 동창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몇 해 전 벤처 기업 붐이 일어났을 때 재미 좀 봤다는 친구다.

당시 잘나간다는 벤처에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나도 작은 금액을 투자한 경험이 있다.

그때 받은 증권은 지금 장롱 구석에서 잠자고 있다.

“이봐, 내 비자금 한 5천 있는데 두 달 후에 1천정도 만들어 줄 수 있나?”

구체적으로 나서는 걸 보니 미술시장에 난리 났다는 소문이 사실이기는 한 모양이다.

“아니면 말야, 내가 은행에서 한 1억 빌릴 수 있는데 두 달 후에 1천만원만 만들어 주게.”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다.

요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꽤 진지하게 접근해 오는 바람에 나도 좀 귀찮아졌다.

대학 동창은 그래도 양반이다. 막연한 부탁들은 무수히 받는다.

“돈 되는 미술품 있으면 소개 좀 해줘.”

미술품이 돈 된단다.

미술시장에 기웃거리기만 하면 한몫 잡을 것이라는 대박의 꿈들을 꾸고 있다.

내 친구처럼 투자를 대행해 달라는 부탁도 많다.

돈을 주고는 거래 이익만 챙기려 든다.


부탁하는 이들은 대개 주식 시장을 기웃거렸던 사람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투자’가 뭔지 기본은 아는 사람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 분위기에 얹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보는 것이지 정말로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환금성 상품만으로 보지 않고, 비환금성 부분인 ‘감상’ 가격과 ‘소장’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뭉칫돈을 들고 당장 달려오겠다고 하더라도 선뜻 그러마고 하기가 사실은 어렵다.

3천만원, 5천만원 이상의 작품들은 오히려 문제가 없다.

화랑이나 수집가들 사이에서 검증이 된 작품들이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적어서다.

물론 그런 그림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른다는 확신도 가질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분위기에 편승하여 가격만 높은 부동산이 있듯이 미술에도 화가의 명성에 따라 거품 가격이 낀 작품들도 있다.

미술시장, 생각보다는 까다롭다.

이처럼 투자하기 좋은 작품이 어떤 작품이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 어렵다.

봉천동이냐 신림동이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하기 좋은 작품들은 현재 검증 과정을 거치는 중이거나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승패의 가능성이 모호하다.

여유 자금이 많다면야 우선 사놓고 기다리면 될 일이지만 한 번 실패하면 그것으로 미술품 투자를 끝내야 하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다.

미술시장, 주식처럼 명쾌한 공식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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