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기초지방선거 공천제폐지 논란
고하승
| 2009-11-18 16:14:47
편집국장 고 하 승
지난 9월 각 신문지면에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광고가 실렸다.
올해 3월 2일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와 전국기초의회의장협의회, 지방분권국민운동,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이 뜻을 함께하며, 출범시킨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국민운동본부가 낸 광고다.
물론 내년 6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11일 현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무려 31만487명이 동참했다. 대단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및 학계 100여 명이 정당공천제폐지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었다.
국민운동본부 이인규 사무처장은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제폐지를 하지 않으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며 “11월 중에 국회의원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연석회의를 통해 계류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심의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정치권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 문제, 4대강사업, 미디어법 재개정, 내년도 예산심의 문제 등에 떠밀려 이미 발의된 법안마저 국회 한쪽 구석에 쳐 박혀 있다.
사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중앙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생활정치인들이다.
따라서 공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정당공천제로 생활정치를 해야 할 지방 정치인들이 모두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지방의 ‘일당독재’를 유도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공천제가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선거제도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천헌금 등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출마자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충성서약’을 바쳐야 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따라서 내년 기초지방선거부터 정당공천제를 없애는 방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다룰 필요가 있다.
물론 정당공천제가 ‘사전 검증제’로서 일정한 후보검증장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라도 공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 있다.
그런데 중앙정치권의 반응은 너무나 냉담하다.
실제 정당공천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유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기초단체장 정당공천만 폐지하고 기초의원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당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기초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순순히 내어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또 얼마나 많은 출마예정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앞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공천을 따내려 할지 눈에 선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현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간에 갈등으로 인해 ‘물갈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구청장의 능력 여부보다 국회의원과의 친분 여부가 공천과 낙천의 기준이 된다면 이건 어불성설이다. 기초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래서야 어디 제대로 된 생활정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둘 중 하나다.
이렇게 할 바에야 아예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든가, 아니면 누구라도 납득할만한 투명한 공천 기준을 마련해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 한나라당 서울시장위원장에 당선된 권영세 의원은 반드시 투명한 공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속대로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다.
경선을 실시하도록 하든가, 아니면 그에 준하는 공천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립적인 외부 인사들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만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초지방선거에 대한 공천제 폐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만 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