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즉흥 재즈연주 같은 영화”

이재용 감독 “이야기 절반은 배우들에게 맡겨”

차재호

| 2009-11-30 21:31:20

“여배우들은 정해진 악보가 있는 오케스트라보다 재즈에 가깝습니다. 각자의 내공을 가진 분들이 충돌과 즉흥 연주로 조화를 이루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용(44·사진) 감독은 진실과 허구가 혼재된 상황극으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윤여정(62) 이미숙(49) 고현정(38) 최지우(34) 김민희(27) 김옥빈(23) 등 세대별 6명의 여우들이 패션잡지 ‘보그’ 화보 촬영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설정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이 감독은 30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한 번 충돌을 즐긴다”는 재즈 같은 영화로 영화 여배우들을 정의했다.

“시놉시스 정도의 시나리오였다. 작품이나 캐릭터를 분석한다기보다 이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 자체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대본 없이는 할 수 없다, 여배우들이 모이는 자체가 두렵고 겁난다,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는 등등이 여배우들의 출연 고사 사유였다. 윤여정~김옥빈으로 이어지는 6명의 여배우들은 의리와 도전정신으로 교집합을 형성한다.

감독은 “여배우들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나이들어감일 수도 있고, 질투, 미용, 성형일 수도 있겠다”며 주제어를 던졌다. “나눌 이야기가 부족하면 다시 단어를 던져주기도 하고 방향성을 몰아가기도 했다”는 연출 방식이었다. “반 정도는 여배우들이 갖는 속성이나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나름 예측한 것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이 분들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배우들에게 많이 맡겼다.”
극중 윤여정은 유독 담배 피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고현정은 술을 끼고 다니며 술주정 같은 코멘트들을 던진다.

얌체 같고 결벽증이 심한 최지우, 솔직하고 화통한 이미숙, 눈치 없고 맹한 구석이 있는 김옥빈, 패션 화보 현장이 가장 익숙한 김민희다. 고현정과 최지우 간 기싸움, 윤여정·이미숙·고현정의 이혼에 관한 대화는 사실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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