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들’속 대화, 연기야 진짜야?

이혼사유·성형수술 폭로등 리얼리티쇼 방불

차재호

| 2009-12-01 19:55:19

핸드헬드 카메라 워킹, 고백 형식의 인터뷰 같은 1960년대 ‘시네마 베리테’적 특징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 장르라는 점에서 한 편의 리얼리티 쇼라고 봐도 무방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다큐멘터리로도 보여진다.

영화 ‘여배우들’은 허구의 가정에 사실적인 존재를 덧댄 영화적 다큐멘터리, 혹은 리얼리티적 영화다. 여배우들은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담론 하에 실제 여배우들을 대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명제에 나름의 해답을 내리려는 의도도 읽힌다. 여배우들의 대사는 연기일 수도, 대화일 수도 있다.

패션월간 ‘보그’ 표지 사진촬영을 위해 섭외된 6명의 여배우들. 좀처럼 한 자리에 뭉치기 어려운 이들은 화보를 매개, 수단으로 집합한다. ‘기 센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이란 의문으로 출발하는 영화는 예측불허 상황들로 탱탱볼 같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 식사’가 여성의 성적 해방을 모티브로 했다면 ‘여배우들’은 그 자체로 여배우들의 해방이다.

윤여정(60대), 이미숙(50대), 고현정(40대), 최지우(30대), 김민희(20대후), 김옥빈(20대초)으로 이어지는 6명의 등장인물은 세대별 여배우들을 대표한다. 그리고 이들은 영화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고현정과 최지우 간 기싸움은 허구적인 설정의 사실적인 구현이다. 최지우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반말로 시비를 거는 고현정은 애초에 화를 자초한다. “그러니까 쫓겨나지”, “네가 내가 어떻게 사는지 봤어?” 하며 싸우는 두 배우들의 신경전은 아슬아슬 수위를 넘나든다. 뒤돌아 선 최지우는 고현정을 두고 ‘또라이’에 ‘미친년’이라고 욕한다.

고현정은 라이벌을 대자며 “난 이영애를 누르고 싶어”라고 웃긴다. “코 수술로 망했다”는 구설에 올랐다는 윤여정, 관상을 볼 줄 아냐며 “재혼할 수 있는지 봐 달라”는 이미숙 등 폭로와도 같은 솔직함은 코믹한 요소들이다.

이혼에 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꺼낸다. 윤여정·이미숙과 공통점을 찾는답시고 이혼 이야기를 꺼내는 고현정은 솔직함으로 승부를 본다. 말이 많다는 이미숙의 지적에는 “제가 이혼 전에는 안 그랬어요. 이혼하고 그래요”라며 철판을 깐다.

“차여서 이혼한 건데, 매스컴 플레이로 떠드니까 찬 놈이 했다고 안하고 결벽증, 성격차이 때문이라고 하더라. 못생긴 놈한테 차였다는 게 낫니, 찬게 낫지 해서 웃고 넘겼다”는 윤여정의 말은 당시로서 특종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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