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진영을 향한 608일간의 순애보

남편 김영균 회고에세이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출간

차재호

| 2009-12-20 15:34:09

지난 9월1일 위암으로 세상을 뜬 영화배우 장진영의 남편 김영균(41)씨가 608일 간의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운명 같은 사랑, 예기치 않은 위암 진단, 결혼과 이별까지의 과정을 담은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다.

‘어제부터 자꾸 신물이 넘어와요.’(161쪽)
장진영은 위암 4기였다. 연애 9개월 무렵 이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가 내려진다. 수술 후 5년 내 최고 생존률 10%. 기적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장진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나을 거야. 우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잖아.’
장진영이 항암치료를 결심한 때는 지난해 10월2일, 공교롭게도 그 날은 탤런트 최진실이 사망한 날이기도 했다. 김씨는 ‘그 소식을 들은 진영도 큰 슬픔에 빠졌다. 살면서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가, 부쩍 죽음을 많이 생각하게 된 때였다’(178쪽)고 전한다.

영화 ‘국화꽃 향기’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극중 위암 말기 환자를 연기했던 장진영은 영화가 현실이 돼버린 스스로를 바라보며 ‘직접 항암치료를 받아보니 옛날에 내 연기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껴요’라고 말했다. ‘암에 걸렸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가 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항암주사 부작용 때문이야. 암 환자와 의사를 만나 보고 공부했더라면 더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가망이 없어 보이는 암과의 사투였지만 장진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곁을 김씨가 지켰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떠나기 4일 전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육신만 남은 장진영을 마지막으로 힘껏 끌어안은 김씨는 그렇게 그녀를 보내줬다.

김씨는 “지금은 진영과의 추억이 선명하지만 나도 사람이니 언젠가는 그 기억이 흐릿해질 것이다. 진영이와의 추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 방법이 집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을 쓴 동기를 전했다. “진영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여성스러운 여자였고 반면에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 이 책이 진영이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책의 인세 일부는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300쪽, 1만2000원,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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